
기아가 신설 추진 중인 경기도 화성 목적기반차량(PBV) 전용공장과 관련 노조 측에서 대화를 지연하고 있다. 기아는 PBV시장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5년만에 국내 공장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18일 기아 노조 화성지회에 긴급 고용소위를 열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공장 신규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어렵게 결정했고, 실행을 위한 세부사항에 대해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긴급 고용소위를 개최해 노조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긴급 고용소위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측은 노사간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협의를 위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화성 공장과 관련된 노사간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기아가 국내 공장 신설에 나선 것은 25년만의 일이다. 기아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해외 시장에 판매할 차량은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해외 투자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PBV의 경우 새로운 개념의 모빌리티로 연구개발 관련 핵심 기지가 있는 국내에서 제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PBV는 기존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자동차 개념을 넘어 사용 목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구조의 이동 및 운송 수단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대중교통, 물류, 상업,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기아는 PBV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지난 3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베스터데이에서 PBV 사업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화성 공장을 일부 개조·증축해 PBV 전용 생산 플랫폼을 만들고 2025년부터 다양한 PBV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기아의 계획이다.
기아와 노조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회사 측은 공장 완공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차질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임금·단체협상에 들어가는 노조가 화성 공장 문제를 협상 카드로 쓸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안정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웠고 기아는 공동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중 정년연장이나 신규인원 충원의 경우 회사와 타협이 어려운 문제들이다. 임단협이 길어지면서 화성 공장 문제가 같이 뒤로 밀리면 기아가 세운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아 외에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PBV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M 계열 브라이트드롭은 미국 페덱스 등에 맞춤형 PBV를 공급하기로 했다. 도요타 역시 PBV 모델인 'e팔레트'를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공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PBV 시장을 놓고 이미 경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발목이 잡힐 경우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