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르노코리아 노조가 파업권 확보 절차를 밟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다년 합의'를 놓고 협상을 벌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에 이번 임금단체협상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4년에 신차가 나오는 만큼 그때까지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노동조합이 행사할 수 있는 노동3권을 없애고자 한다"며 거부했다.
한국GM도 2020년 노조에 비슷한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한국GM은 노조에 2년 주기 임금협상을 제안하면서 "매년 교섭 진행에 따른 노사관계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생산성 증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그러나 노조는 "2년 주기 임금협상은 금속노조의 방침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조가 다년합의를 거절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고 본다. 노조 집행부의 임기는 보통 2년으로, 임단협을 수년에 한번씩 할 경우 노조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 자동차 메이커를 보유한 나라 중 매년 노조와 협상을 해야하는 곳은 드물다. 미국의 자동차노조인 UAW(United Automobile Workers)는 4년 단위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한다. 일단 노사간 협상을 끝내면 4년 동안은 임금과 단체협약 조건을 놓고 협상을 해야 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일본의 단체협약 법적유효 기간은 최장 3년이고 독일은 3∼5년이다.
국내 규정도 다년합의를 허용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1항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사가 합의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다년제를 적용한 곳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간 갈등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사 협상으로 인한 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회사가 중장기 경영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도 걱정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다년합의를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2020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임단협 협상 주기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률은 직군별로 경영진(81.4%), 생산기술직(77.8%), 일반관리직(60%) 순으로 나탔다. 경영진은 물론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대다수가 현행 1년 단위로 임협과 단협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2~3년 이상 주기로 협상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완성차 업체 노사는 임단협에 사실상 모든 힘을 이 협상에 쏟아붙는데, 지나친 낭비가 아닐까. 카허 카젬 전 한국GM사장은 "한국의 지속되는 갈등적 노사관계, 단기 싸이클의 노사 협상이 불확실성 및 비용 상승을 확대한다"며 "투자를 저해하는 불확실한 노동 정책 등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이 과제를 해결한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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