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약속

[우보세]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약속

이태성 기자
2024.12.11 06: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을 치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기업은 계획에 없던 조단위 투자를 하거나 해외 공장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했다. 환율 변동, 운임료 증가 등으로 인한 지출도 컸다. 펜데믹 이후 곳곳에서 터지는 문제들은 기업을 위기로 몰았고, 기업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한국 기업이 기댈 곳은 한국 정부 뿐이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기업에 많은 것을 약속했다. 특히 52시간에 묶인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바꾸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불확실성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 무엇보다 필요한 정책이었다. 임기 절반을 도는 시점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기업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기업은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 때문에 입은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상계엄 이후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개인들의 투매로 저점을 찍었고 환율은 지난 4일 1450원까지 뛰었다가 현재 1420~143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다. 미국 포브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걸 윤 대통령이 보여줬다"면서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5100만명 국민들이 분담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계는 대외 불확실성에 내년도 투자계획을 쉽사리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했다. 비상계엄은 있던 투자계획도 바꿔야 할 상황을 만들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상은 비상인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국내 불확실성이 대외 불확실성보다 더 커졌다"고 말했다.

새롭게 미국의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동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 외에도 외부에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불확실성은 산적해있고 언제 문제가 돼 기업을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정부를 정상화해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할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는 어느 방향이든 조속히 결론이 나야 하고 경제와 관련해서는 여야 없이 함께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기업이 국내 정치에 대한 걱정은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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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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