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현대차그룹의 약속, 정부의 약속

[우보세]현대차그룹의 약속, 정부의 약속

이태성 기자
2025.01.14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24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최대 투자액이었던 지난해(20조4000억원)보다 19% 이상 늘었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투자액을 더 늘리는 강수를 뒀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투자는 연구개발(R&D) 부문과 신차 공장 건설 같은 경상투자 부문에 집중돼있다. 각각 11조5000억원, 12조원씩 집행된다. 대규모 투자로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전동화 및 SDV 가속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한국을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키우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등 사태로 내수가 위축되고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의 장벽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한국에 희망이 있다고,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투자계획 발표는 연초 우울한 국민에게 작은 희망을 준다. 재계 역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국가로 2022년 기준 전체 GDP(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율이 28%에 달하고 제조업 및 전체 수출의 약 10% 가량을 자동차 산업이 맡고 있다. 전후방 산업 일자리, 수출에 영향이 큰 만큼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같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절실하다. 기술 개발 및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고 한국이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기업이 힘을 쓸 수 있다. 기업의 투자와 함께 적절한 정책이 맞물리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커진다. 반대로 정책이 산으로 간다면 기업은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투자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지금 기업이 처한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쉽지 않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도 벅찬데 내수마저 무너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면서 6개월 전 전망보다 0.4%포인트(p)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평균)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그룹이 피운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면 정치권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반도체 특별법 등 계류 중인 기업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인들에게 "경제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믿음으로 경제 파고의 방파제가 돼 위협요인으로부터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삼아 수출·투자·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키는 기업 뿐만 아니라 정치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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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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