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부분 휴전 실무협상이 시작되면서 러시아에서 철수했던 한국 기업이 재진입할 타이밍을 재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이슈로 인해 판로 다각화가 필수적인 상황인만큼 러시아 시장 재진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다수의 의견이다. 전쟁기간 동안 러시아를 장악한 중국업체와의 경쟁이 관건이다.
24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만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부분 휴전과 관련한 후속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과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은 24일 실무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는회담을 앞두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러시아가) 평화를 원한다고 본다"면서 "24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흑해에서 양국 선박 간의 휴전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면서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전면적 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국의 휴전이 이뤄지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도 끝나며 한국 기업들이 재진출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인구가 1억4000만명에 달하는 데다가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 높다. 또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판매망에 변화를 줘야 하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러시아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일자리와 재정 확보가 절실한 러시아 역시 한국 기업의 재진출을 반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는 복귀 기업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러브콜에 응답할 한국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먼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운영하며 전쟁 전 러시아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판매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2023년 12월 1만루블(약 16만원)을 받고 공장을 러시아에 팔았다. 2년 이내 공장을 되살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는 만큼 생산시설을 지키려면 올해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기아·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은 최근 러시아에서 채용 공고를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였다. LG전자는 최근 모스크바주 루자에 있는 가전 공장 운영을 부분 재개했다. 회사는 지난 2006년 루자에 가전 공장을 짓고 TV·세탁기·냉장고 등을 생산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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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루자 공장은 전면 재가동이 아닌 설비 노후화 방지 차원의 운영 재개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생산설비는 사용하지 않으면 더 빨리 노후화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고 자재를 활용해 세탁기·냉장고 일부 물량 생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을 러-우 간 휴전이 이뤄질 경우 재가동을 염두에 둔 '예열' 작업 차원으로 해석했다.
다만 관건은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에 빠르게 침투한 중국 업체들이다. 시장분석기관 오토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신차 판매량은 157만1272대인데, 이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100만대에 육박한다. 가전 역시 중국 하이얼과 샤오미 등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리를 꿰찼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전에는 한국 브랜드가 러시아에서는 절대적 우위였지만 중국 제품을 경험해 본 러시아인들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 있다"며 "재진출을 하더라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