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IT) 칼럼] '60조 유령 코인' 빗썸 사태가 던진 과제

[핀테크(IT) 칼럼] '60조 유령 코인' 빗썸 사태가 던진 과제

중기산업팀
2026.02.20 17:15

최근에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 바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이다. 사건의 과정은 이렇다.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실수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이벤트에 참여한 249명의 계좌에 총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됐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당시의 시세 비트코인 1개당 약 9800만원을 반영하여 원화로 환산하면 오지급 규모는 무려 60조원에 이른다.

일부 이용자 계정 지갑에는 2,000 BTC가 표시되고 그 중에 일부는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출하되면서 빗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15% 가까이 하락했다. 또한 가격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코인 담보 대출(렌딩) 서비스를 이용하던 계좌 64개에서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강제 청산이 발생했다. 빗썸은 이번 오지급 사태로 인한 고객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빗썸 오지급 사건은 8년 전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은 주당 배당금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하면서 28억 주가 고객 계좌에 입고됐다. 빗썸의 직원이 '원' 단위를 '비트코인' 으로 잘못 설정하여 60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지급된 이번 사고와 같은 형태다.

빗썸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고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부 기반 거래 방식 자체가 무조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증권사 HTS는 투자자의 실제 주식 매매가 체결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예탁결제원 시스템에 즉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장부상 잔고 변동을 우선 기록한 뒤 일정 주기로 결제·정산이 이뤄진다. 은행 역시 고객 예금을 100%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고 부분지급준비제도 하에서 운용한다. 즉, 장부상 잔고와 실물 자산 사이에 구조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비단 암호화폐 거래소만의 특징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장부 시스템의 존재 여부가 아닌 가상자산거래소가 중앙화 구조로 운영되면서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2년 FTX 파산 이후 고객 자산 혼합을 금지하고 있다. EU의 경우 가상자산시장법안(MiCA)을 통해서 고객 자산 분리 의무와 내부 통제 기준을 명문화했다. 일본은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이후 고객자산을 100% 분리 보관하고 거래소의 콜드월렛을 의무화했다. 덕분에 FTX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FTX Japan 고객의 자산은 전액 반환 완료됐다.

예정대로면 국내에서는 2027년 1월부터 가상자산의 과세가 시행될 예정이다. 과세의 시행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국내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내용 또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1단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사고 이후의 이용자 보호에 집중했다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거래소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외부 기관을 통한 가상자산 보유현황 점검 등 거래소 운영 감독에 필수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일부 빗썸 이용자의 계정에는 2,000 BTC 한화로 2,000억원에 가까운 자산이 지급됐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금액이 대리급 직원의 실수로 지급된 것이다. 이처럼 가상자산거래소는 더이상 단순한 거래소 플랫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도 은행 혹은 증권사에 준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감독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오세훈 (주)위클립스 대표이사 / 코인차트연구소 소장

오세훈 소장/사진제공=코인차트연구소
오세훈 소장/사진제공=코인차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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