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최종 의결됐다. 다수당인 여당이 기업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올해 들어서도 입법 드라이브의 고삐를 계속 죄는 모양새다. 경영권 방어 장치가 사실상 없는 국내법 체계에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표결을 통해 재적 296인, 재석 176인, 찬성 175인, 기권 1인으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섰으나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권이 강제 종료 권한으로 이를 중지시킨 뒤 법안 표결을 강행했다.
이사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1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237일만에 일사천리로 3차 개정안까지 의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3차 개정안의 경우에도 M&A(인수합병) 등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특정 목적에 의한 자사주'만이라도 보유를 허용하든지 소각을 유예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법 개정의 보완 장치 개념으로 지난해 당정이 약속한 배임죄 개선도 감감무소식이다. 경영권을 위협하고 소송을 남발할 수 있는 제도는 신설되는데 퇴로는 없는 셈이다.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불거진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의 신뢰성 논란 후폭풍으로 이날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여권의 눈치를 보느라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100년에 한 번 올까 하는 기회이자 위기인 AI(인공지능) 대전환의 시대에 경쟁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혁신에만 매진하는데 우리는 새로운 법적 리스크만 안게 됐다"며 "생존을 걸고 싸우는 기업에 힘을 주기는커녕 또 다른 족쇄를 채우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M&A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 문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되길 기대한다"며 "국회는 경영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