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재조명한 SK 선대 회장들…"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AI로 재조명한 SK 선대 회장들…"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박한나 기자
2026.04.14 09:55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으로 재현된 최종건(왼쪽부터)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SK그룹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으로 재현된 최종건(왼쪽부터)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SK그룹

"잿더미 밖에 안 남은 공장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어. 세상 사는데 쉬운 일이 있나. 경영도 늘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어."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

"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해. 우리 안에 있는 원칙과 기준, 그걸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 쓰는 거야"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SK그룹은 지난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미디어월(전광판)을 통해 선대회장의 메시지를 담은 5분 분량의 AI(인공지능) 제작 영상을 상영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SK그룹의 기틀을 닦은 최종건(1926~1973) 창업회장과 최종현(1929~1998) 선대회장의 업적을 AI로 재현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사내방송으로도 송출해 SK그룹 구성원이면 누구든 시청이 가능하다.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은 SK그룹은 두 창업세대 회장이 생전 남겼던 어록과 경영 일화를 엮어 이번 영상을 제작했다. 두 인물이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선경직물을 지난 1953년 재건하는 것에서 시작해 SK그룹의 성장 과정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창업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패기'와 '도전'의 정신을 되새기고, 오늘날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자는 취지다.

최 창업회장을 통해서는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연결하고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운다'는 창업의 초심에 힘을 준다. 그는 AI 영상에서 1958년 나일론 생산 결단과 닭표안감의 흥행, 워커힐호텔 인수로 이어진 성장의 역사에 대해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고 설명한다.

1973년 최 창업회장의 타계로 경영을 이어간 동생 최 선대회장은 "선경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AI 영상을 통해 밝힌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결심하고 달성한 과정을 회고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준비하고 계획하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최 선대회장은 "모두가 '미래가 먼 얘기다'라며 망설였지만, 기업가라면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며 오늘날 SK그룹 정보통신기술 역량의 근간이 된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도 회고한다. SK그룹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공개입찰에서 시장가보다 4배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인수에 성공, 현재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기틀을 닦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영상 말미에서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 단단한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고 강조했다. 이는 2022년 창립기념일 기념사에서 밝힌 메시지다.

이번 AI 영상은 최 회장이 "AI를 활용해 SK그룹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유전자)를 구성원과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하며 만들어졌다. SK그룹은 이전에도 종종 창업세대를 기리는 영상을 제작해왔으나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거나 대역을 구해 직접 실사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AI로 영상 전체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발간된 SK그룹 사사, 선대회장의 저서, 지난해 디지털로 복원된 육성 녹음 테이프 3000여건으로 구성된 '선경실록' 등 사료 전체를 AI가 학습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며 스스로 영상을 제작했다.

이 영상은 지난 8일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개최한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도 상영됐다. 영상을 시청한 최 회장은 "영상과 음성의 정확도가 상당한 수준이며 1~2년 뒤면 수준이 훨씬 더 높아질 것 같다"며 AI 발전에 기대를 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업과 석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그룹의 성장 역사가 AI로 이어지는 시점"이라며 "창업세대의 유산인 '패기'와 '지성'이라는 초심과 메시지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나침반이자 지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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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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