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2.0 미래를 묻다]②조나단 스핑크 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COP) 코리아 대표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지난 2~3년간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 왔습니다. 한국 중공업 기업들은 건설 참여를 열망하고 있고 심지어 지역 어민들조차 언제 (운영이) 시작되는지 거듭 물어볼 정도로 기대감이 높습니다."
조나단 스핑크 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COP) 코리아 대표가 지난 14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한 이 말은 한국 해상풍력 시장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제조업 공급망 기업들의 기대와 지역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도약'의 발판은 마련됐지만, 실제 실행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책적 확신'이 필요한 단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COP는 덴마크 투자개발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의 해상풍력 전담 개발사다. 현재 한국에서 총 4.9기가와트(GW) 규모의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CIP/COP는 한국 해상풍력이 실증을 넘어 상업단계로 도약했다는 점을 보여준 '전남해상풍력1'의 공동개발사이기도 하다.

스핑크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해상풍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두 가지 핵심 기반인 '중공업 역량'과 '막대한 에너지 수요'가 있어서다. 그는 "한국은 조선 및 해양 플랫폼 건설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자동화 용접과 인적 자원도 독보적"이라며 "이러한 강력한 공급망 기반 덕분에 우리는 중국이나 베트남이 아닌 한국 현지에서 핵심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한 '청정 전력' 수요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더한다. 스핑크 대표는 "한국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며, 이는 해상풍력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완벽한 토양"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강점들을 실질적인 결과물로 바꿀 최적의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부유식 해상풍력이다. 부유식은 해상풍력의 일반적 형태인 고정식보다 초기 비용은 높지만,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해역을 활용해 대규모 발전 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COP가 울산 동쪽 해역에서 추진 중인 '해울이 해상풍력 1·2·3' 프로젝트는 총 1.5GW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계획대로 2031년 준공된다면 상업적 규모의 부유식 시대를 여는 글로벌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스핑크 대표는 "울산은 이미 6GW급 대규모 계통 연결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부유식의 대용량 전력을 즉시 수용할 수 있다"며 "한국이 세계 최초로 해울이와 같은 상업적 규모 부유식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글로벌 부유식 해상풍력의 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현 시점에서 꼽은 가장 큰 병목은 정책 불확실성이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큰 과제는 시장의 예측가능성"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용과 일정이 계획대로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인데, 인허가 체계가 분산된 현재 구조에서는 이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과 한국 모두 자본은 충분하다"며 "위험이 제거되고 건설 준비가 된 사업이라면 투자유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측가능성이 확보돼야만 비용 하락의 선순환이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야 공급망 기업 공장이 24시간 가동되고, 그때 비로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어 "지금처럼 사업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면 제조업체들이 연속 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없다"며 "시장 규모가 꾸준히 확대돼야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 시점의 정책 우선순위가 결국 '규모 확대'에 있어야 한다는 제언으로 이어졌다. 아직 해상풍력 보급이 초기 단계에 머문 한국에서는 시장을 키우는 게 비용 하락을 이끄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즉, 현재는 정책의 방점이 비용 하락 보다 보급 확대에 있어야 결과적으로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핑크 대표는 "해상풍력은 개발사, 공급망, 금융, 정부, 그리고 어민들까지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산업 생태계"라며 "이 거대한 시스템은 정책적 예측가능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공급망 기업들에게 시장 규모에 대한 확신을 준다면 한국은 해상풍력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CIP(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와 COP(코펜하겐오프쇼어파트너스)
CIP는 덴마크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2012년 코펜하겐에 설립된 그린에너지 투자개발사다. 유럽·아시아·호주·북미 200여 개 기관투자자로 출자된 약 370억유로(한화 약 65조원) 규모 펀드 15개를 운용한다. 이 펀드들로 해상·육상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 등의 분야에서 전세계 약 150기가와트(GW) 포트폴리오를 개발 중이다. COP는 CIP 그룹 내에서 해상풍력 사업개발을 담당한다. CIP 한국법인은 2018년 설립돼 해상풍력 사업에 주력 중이다. 현재 전라남도·충청남도·울산광역시 일대에서 약 4.9GW의 해상풍력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