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직원의 교묘한 횡령, 감정 싸움 대신 '골든타임' 사수해야

믿었던 직원의 교묘한 횡령, 감정 싸움 대신 '골든타임' 사수해야

이동오 기자
2026.06.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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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원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에게 직원에 대한 신뢰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이다. 대표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무자에게 업무를 맡기며, 특히 자금 관리를 전담하는 직원에게는 재무와 관련된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때로는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로 돌아오기도 한다. 최근 발생하는 내부 직원의 횡령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 수법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윤경원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윤경원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과거의 횡령은 단순히 회사 금고에서 현금을 빼내거나 법인 계좌의 돈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일차원적인 범죄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의 횡령은 발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이른바 '자금 세탁'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필자가 대리해 진행한 사건의 피의자는 단순히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내지 않았다. 회사에 보관 중이던 대표이사의 개인 인감도장을 무단 도용해 대표 명의의 차명 계좌를 몰래 개설한 것이다. 이후 법인 자금을 이 차명 계좌로 먼저 이체해 마치 대표가 정당하게 자금을 인출한 것처럼 외관을 꾸몄다. 그리고 이 자금을 다시 자신의 지인들 계좌나 실제 거래가 없는 가공거래처(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소액 분할해 송금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된 수법 앞에서는 웬만한 내부 감사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위의 사례와 같이 교묘한 단계를 거쳐 자금이 은닉된 경우, 범행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피해 규모를 특정하고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금융 거래 내역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범행 기간이 길수록 증거들은 철저하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건 해결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끈질긴 자금 추적과 디지털 포렌식이다. 자금 흐름을 밝힐 때는 단편적으로 법인 계좌의 출금 내역만 봐서는 안 된다. 법인 계좌에서 시작해 도용된 차명 계좌,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가공거래처 및 지인 계좌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금융 거래를 하나의 선으로 촘촘히 연결해야만 횡령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피의자가 범행을 감추기 위해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거래 명세서를 위조한 뒤 불리한 증거를 삭제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업무용 PC 등에 대한 신속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은닉·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내부 직원의 횡령 사실을 인지했을 때 배신감에 휩싸여 시간을 지체하거나 섣불리 감정적으로 피의자를 추궁하는 것은 오히려 증거 인멸의 빌미를 제공하는 독이 된다. 횡령 자금의 회수는 철저한 시간 싸움이므로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의자가 눈치를 채고 자금을 완전히 현금화해 은닉하거나 탕진해 버리기 전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범행이 의심되는 즉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가압류 등 신속한 보전처분과 형사 고소를 동시에 진행해야만 빼앗긴 회사의 자산을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되찾을 수 있다. '우리 직원이 그럴 리 없다'는 식의 안일한 믿음은 기업 리스크 관리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망설임 없이 법적 대응의 속도를 높여 기업의 정당한 권리와 재산을 철저하게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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