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자·인재 확보로 승부수…파운드리 2위 자리 놓고 격돌

인텔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정책에 힘입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TSMC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대체 생산 파트너를 찾는 고객사가 늘고 있는 점도 인텔의 입지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에 나서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353,500원 ▼500 -0.14%)와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도체 칩의 미국 내 생산 필요성을 강조하며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와 인텔 간 파운드리 협력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우리의 칩을 설계하고 생산해야 하기에 인텔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인텔의 역할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했지만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한 성과를 이어왔다. 지난해 2분기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만 약 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69.9%, 7.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인텔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계기로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인텔에 총 89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TSMC의 생산능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점 역시 인텔에 유리한 환경으로 평가된다.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일부 생산 물량을 삼성전자와 인텔 등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고객 수요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SK온 대표를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후공정 제조 및 기술 분야를 총괄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TSMC 수석부사장 출신인 웨이젠 로도 인텔에 합류했다.
인텔은 앞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추격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대형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며 시장 2위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AI칩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추론 전용 AI칩 '그록3'도 생산할 예정이다. 생성형 AI(인공지능)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 구글과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팹(공장)도 2나노(㎚·1㎚=10억분의1m) 이하 선단공정 핵심 생산거점으로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인텔은 가장 강력한 변수"라며 "향후 삼성전자와 2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