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칩플레이션'에 스마트폰·PC 가격도 들썩

도미노 '칩플레이션'에 스마트폰·PC 가격도 들썩

김남이 기자
2026.07.14 15:5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SMC 성숙공정 가격 인상 공지, 산업·차량용 칩 가격 올라...IT 제품 원가 압박 더 커질 듯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AI(인공지능) 인프라 확대가 메모리와 첨단 반도체를 넘어 성숙공정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급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AI용 고수익 제품에 생산 역량이 집중되면서 스마트폰과 PC, 가전제품에 쓰이는 구형(범용) 칩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어서다. 범용 반도체 가격까지 오르면서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14일 대만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는 최근 일부 고객사에 성숙공정 공급가 인상 계획을 통보했다. 인상 폭은 고객사와 제품군에 따라 다르며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TSMC가 성숙공정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3년 만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정 미세화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상용화된지 오래된 기술을 성숙공정으로 분류한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TSMC는 통상 3~72㎚(나노미터·10억분의 1m)공정을 첨단공정으로 구분한다. TSMC의 올해 1분기 웨이퍼 매출 가운데 3~7㎚ 공정 비중은 74%에 달했다.

첨단공정의 가격 인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구형 기술로 분류되는 성숙공정의 가격 인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PC(고성능컴퓨팅)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산업용·자동차용 반도체 등 성숙공정 기반 제품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263,000원 ▲8,500 +3.34%)도 첨단공정 공급가를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관련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4위 업체 UMC 역시 최근 고객사에 올해 하반기부터 웨이퍼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UMC는 통신·산업·소비재·AI 분야의 견조한 수요와 생산능력 부족 등 수급 환경 변화를 가격 인상 배경으로 제시했다.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나노기술융합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반도체 및 이미지센서 기술에 대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전진환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나노기술융합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반도체 및 이미지센서 기술에 대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진=전진환

마이크로칩과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도 최근 고객사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이들 기업은 전력관리칩과 센서, 자동차·통신·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DB하이텍(113,500원 ▲2,800 +2.53%)의 경우 올해 1분기 0.13㎛(마이크로미터·130㎚)와 0.18㎛ 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2.8배, 2.1배 상승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관련 부품 가격도 오름세다. 삼성전기(1,260,000원 ▼29,000 -2.25%)는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지난해보다 8.1%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ASP도 14.4% 뛰었다. MLCC 시장 1위 무라타도 최근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AI용 제품에 생산 역량이 집중됐고, 그 여파로 기존 범용 제품의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AI 서버 한 대에는 GPU뿐 아니라 수백 개의 전력관리칩과 센서, 데이터 전송용 칩이 함께 탑재된다. AI 인프라 확산으로 이들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성숙공정까지 가격 인상 압력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PC용 DDR4(8GB 기준)의 지난달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1년 전보다 8배 이상 치솟았다.

칩과 부품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가격이 급등한 메모리뿐 아니라 연산칩과 기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맥북 가격을 100~300달러, 아이패드 가격을 100~200달러 올렸다.

지난 가격 인상에서는 아이폰이 제외됐지만, 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18 프로맥스(메모리 12GB·저장용량 1TB)'의 부품 원가는 기존 제품보다 약 300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PC와 게임 콘솔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각종 칩, 전자부품·소재 전반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나면서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가전제품 전반으로 원가 부담이 확산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에 따른 PC, 스마트폰의 수요부진도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