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신세계 이마트 최병렬 대표이사
신세계 이마트의 최병렬 대표이사는 역대 이마트 CEO 중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1999년 이마트 임원이 된 이후 5년 연속 판매본부에서만 근무한 '현장통'이다. 이마트 판매본부는 대 고객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로 현장 목소리부터 매출실적까지 총괄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친정인 '판매본부'를 대개편한 것. 최 대표는 판매본부라는 이름부터 바꿨다. 회사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고객서비스본부'로 부서명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전국적으로 4개로 나눈 담당수를 10개로 늘리는 파격도 실시했다. 이전처럼 임원 1명당 30∼40개 점포씩 맡아서는 제대로 된 고객서비스나 실적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본사에서 사무실도 뺐다. "본사에 앉아 무슨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냐"며 전국 거점 점포로 사무실을 옮기도록 했다. 판매본부는 그렇게 전국 10개 거점 점포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수개월간 점포와 밀착한 근무 끝에 "고객서비스본부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칭찬이 돌아왔다. 해당 점포로 매일 출근하며 점포 직원들과 동거동락한 결과였다. 현장을 잘 아는 최 대표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개편이었다.
최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서 '돌격, 앞으로!' 스타일의 맹장으로 통한다. 올해 61세이지만 뱃살 하나 없고 눈매도 매섭다. 그는 언제든지 고지를 향해 가장 먼저 뛰어나갈 준비가 돼 있는 듯 보였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성수동 본사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배추 파동에 대한 그의 견해부터 물었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대형마트들이 배추 값이 오를 때마다 사재기에 나서 가격이 더 불안해진다고 밝힌 터였다.

-배추 때문에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신선식품 분야에 정통한 CEO로서 최근 배추파동을 어떻게 보는가.
▶배추 파동은 기본적으로 현 유통구조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걸 막으려면 유통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중간 도매상이 많은 현 구조로는 해결책이 안 보인다. 이마트가 '생산자 직거래' 방식에 연구를 많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세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받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농산물 비축 시스템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야 한다. 해외 수입으로 눈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일례로 우리 연근해에서 많이 나는 갈치, 삼치, 꽁치 같은 생선은 해마다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 이 생선을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길 밖에 없다. 안전성이 검증된 상품을 해외에서 싼 값에 들여오는 게 최선이다.
-대형마트 선두주자로서 올 들어 업계의 '상시 저가' 가격경쟁을 주도했다. 10개월을 달려왔는데 최근 가격경쟁 수위가 약해진 것 같은데.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상시 저가 정책을 펴고 있다. 올 초 가격경쟁을 시작할 때 "그걸 하면 3년은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그대로 강행했다. 협력업체들도 가격경쟁에 대해 이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가격경쟁은 내실을 기해야지 자극적인 이슈는 더 이상 만들 필요가 없어 겉보기에는 수위가 약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상시 저가 정책만 10개월째다. 고객들로부터 무엇을 얻었다고 보는가.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마트가 좀 더 싼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이마트가 정말 더 싼가?"하고 반신반의한다. 이런 고객들조차 "이마트는 확실히 더 싸다"는 믿음을 가질 때까지 가격을 계속 낮출 것이다. 그런 고객들의 반응이 모여서 이마트의 평판을 만든다.
-가격경쟁 못지않게 품질경쟁도 강조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품질혁신팀을 일개 팀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 직속으로 뒀다. 품질혁신팀으로부터 수시로 보고 받는 체계다. 품질혁신팀은 1000여개 협력업체 공장을 수시로 방문해 공장등급을 매긴다. 이마트에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만약 공장등급 점검시 기준 점수 이상 받지 못하면 다음해에 재계약은 없다. 이마트 모든 공산품을 만드는 1000여개 협력업체 입장에서 품질혁신팀은 일종의 품질 암행어사인 셈이다.
-신선식품 같은 경우 공산품과 다르기 때문에 품질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공산품과 신선식품은 생산 유통 시스템이 완전 다르다. 올 여름 이마트는 많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 '과일 맛 보증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올 여름은 날씨 탓에 유난히 과일이 달지 않았다. 물량을 확보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실무부서에서는 "당장 과일을 내놓지 않으면 손님들이 다 떠난다"고 했지만 우리는 2주를 더 기다렸다. 그때 과일이 가장 달고 맛있기 때문에 참고 기다린 것이다. 품질이 낮은 상품을 더 빨리 고객들에게 내놓기보다 좀 늦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을 내놓자는 의지였다. 그렇게 하니 고객들이 가장 좋아했다.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이마트 경영 계획은?
▶이마트는 고객 평판에 사활을 걸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고객들은 상시 저가나 과일 맛 보증 프로젝트 같은 것을 아예 모를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마트의 개별 정책을 아주 잘 아는 고객들도 많다. 다양한 고객 한명 한명의 쇼핑체험이 모여 이마트의 경쟁력이 되고, 최종적으로 이마트의 '평판'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에게 "이마트는 다르다"는 평판을 듣고 싶다.
-이마트는 국내에서 점포 포화 상태가 되면 성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사업이나 온라인몰은 어떤 식으로 추진할 것인가.
▶중국 이마트 사업은 당초 2012년까지 몇 개 점포를 오픈하겠다는 식의 계획이 있었는데 숫자보다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 점포수에 연연하지 않겠다. 현재 사업 인프라를 탄탄히 다지는 상태로 앞으로 상하이 중심의 공략에서 다른 지역으로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동북·화북지방 등 2∼3급지에도 이마트 점포를 늘릴 예정이다. 이마트몰은 2012년까지 1조원 매출을 올릴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성장속도가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 이마트는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여러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성장 동력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성장 동력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