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넘는 '이커머스 경쟁'에 업계 고심깊어…"전 계열사 신기술 개발, 적용 확대해 나갈 것"

"급성장하는 모바일커머스에 이어 보이스커머스(Voice commerce)의 시대가 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성 롯데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은 지난 17일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유통산업 발전방향' 한·일 세미나 직후 기자와 만나 "롯데와 KT가 협력해 내년 1분기 중 '기가지니'를 이용해 롯데슈퍼 다수 제품들을 보이스커머스를 통해 주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객이 음성인식 디바이스를 통해 상품 검색부터 구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롯데슈퍼의 생필품 주문을 시작으로 △롯데리아의 햄버거 주문 홈서비스 △롯데시네마 영화예매 등 다수 계열사, 채널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구현 방식도 고도화 해 나갈 예정이다.
보이스커머스는 모바일이 온라인 메인채널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커머스 영역이다. 아마존의 경우 2014년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 '알렉사'를 출시했고 구글도 2016년 구글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을 비롯 KT, 네이버, 카카오가 잇따라 음성인식 기기를 내놓고 있다.
이 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보이스커머스 영역이 향후 지배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알렉사'의 경우 뉴스, 날씨, 게임 등 정보, 오락 콘텐츠 이용 외에도 7~8%가 커머스(쇼핑) 관련 이용으로 추정되며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온라인 중에서도 PC 비중이 점차 줄고 모바일이 메인 채널이 됐는데 50대 이상의 경우 모바일 구매에서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많다"며 "보이스는 접근의 제약이 없이 편리해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커머스 형태도 분명히 보이스 방향으로 진화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 기업들이 중요성을 감지해 향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는 자체 보이스커머스 기술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 진행되고 있는 이커머스 경쟁에서 '플랫폼 패권'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타사 개발 디바이스에 '얹혀' 보이스커머스 에 대응하는 것으로 플랫폼 패권을 장악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결국 '유통기업'이 어디까지 '기술기업'이 될 것인가 하는 가볍지 않은 문제와 직결된다.
이 소장은 "롯데, 신세계 등 전통적인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는 막강한 '플랫폼 제공자'(Platform provider)인데, 이커머스 영역에서 이를 빼앗기게 되는 상황"이라며 "인공지능, 보이스커머스 영역으로 가게 되면 원천기술을 지닌 네이버, 구글 등 IT 기업들에 플랫폼을 빼앗기고 기존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벤더(판매자)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기술개발을 다각도로 검토하더라도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막대한 비용, 인력문제가 뒤따라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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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1번가 등 신생 이커머스기업들과 전통 유통기업들의 협업 움직임도 시장에서 분주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대한 업계의 깊은 고민도 토로했다.
그는 "옴니채널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역량을 온라인으로 단순 연계해 이커머스 역량을 끌어올리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근본적으로 기술개발을 비롯해 체질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있지만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롯데는 현재 200여명의 인력을 두고 전담팀을 꾸려 IBM과 왓슨(Watson)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1년6개월 상당 진행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중요성을 강조하며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롯데는 실제로 지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신제품개발에 왓슨 AI시스템을 활용해 1000만건 이상 소비자 반응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맛과 소재 선정을 했고, 세븐일레븐의 무인편의점, 롯데백화점의 쇼핑 어드바이저 등의 단기적인 성공사례를 낳았다는 평가다.
롯데는 향후 다양한 신기술을 계열사별 주요 사업에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주에서는 각 계열사 채용시 1차 서류심사에 AI를 활용해 직무에 적합한 후보군을 추출하고 △롯데손해보험은 보험사기방지시스템 등에 AI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롯데카드에 CS(고객서비스) 챗봇을 상담원으로 도입검토 중이며 △롯데케미칼의 경우 불량예측 분야에 AI기술 접목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장은 유통기업들의 인공지능 대응이 더욱 철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트렌드 방향성에 대한 믿음, 미래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라는 관점에 서지 않으면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롯데도 외부 전문가를 다수 영입했는데, 전담팀을 꼭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끊임없이 느끼는만큼 고용창출 등과 상충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기술적인 역량을 계속 축적하는 노력을 하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