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카 모으고 한정판 장난감 수집…중고에 빠진 금수저

클래식카 모으고 한정판 장난감 수집…중고에 빠진 금수저

유승목 기자
2020.06.04 16:34

[MT리포트-'코로나19' 시대, 다시부는 중고거래 열풍]<br>낡고 저렴한 제품→희소성 지닌 프리미엄 제품…'플렉스(Flex) 1번지'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발 경제한파 속에 중고제품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근마켓 등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얇아진 지갑을 넘어 중고거래의 재미와 경험추구 성향, 실용주의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넉넉한 사람들과, 밀레니엄세대, 주부들까지 중고거래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다시 부는 중고거래의 열풍을 짚어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기업 직장인 심모씨(29)는 어릴 적 즐겨 본 애니메이션 장난감을 모으는 게 취미다. 심씨는 시간이 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해당 장난감 매물을 검색해본다.

옛날 문방구에서 만원만 있어도 충분히 살 수 있던 오래된 장난감이 10만원에 올라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거래를 요청한다. 심씨는 "희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팔지 않는 물건을 중고시장에서 살 때 느끼는 재미는 덤"이라고 말했다.

오래돼 낡았지만 저렴한 만큼 실용적인 소비. 대체로 중고제품과 중고거래 하면 떠올리는 생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황에 어울리는 착한 소비지만, 그렇다고 어디가서 당당히 샀다고 말하기엔 다소 민망한 제품' 정도가 중고품을 설명할 때 어울리는 표현이였다.

중고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급격히 달라졌다. 젊은층 뿐 아니라 지갑사정이 여유로운 부자들도 '신상' 대신 중고품을 선호하면서 더 이상 실용적인 소비라고만 한정지을 수 없게 됐다. '불황형 소비'를 넘어 대표적인 '플렉스(Flex·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것)' 방법 중 하나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중고거래 시장은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4조원대였던 시장 규모가 5배 이상 불어났다. 저성장의 그늘에서 성장한 중고시장은 최근 소비 저변이 확대되며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굳이 중고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부유층까지 중고거래에 열광하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이 대표적이다. 고급 수입차 업체들이 매년 새 모델을 쏟아내고 있는 와중에도 일부러 지갑을 두둑히 하고 서울 양재동이나 경기 일산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시장을 찾는 20~40대 남성들이 적지 않다.

가성비 좋은 실용적인 차량을 찾는 것이 아니라 흔히 '포람페(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로 불리는 형형색색의 값 비싼 차량들이 목표다. 이들이 굳이 신차에서 눈을 돌려 중고차를 찾는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오래된 낡은 제품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담긴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이란 것이다.

'개성'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원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희소성은 중고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부자들이 오래된 와인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디자인이나 엔진구동 방식 등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차에 대한 니즈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희소성을 만끽하기 위한 중고거래는 한 대에 수 억원씩 하는 차 뿐 아니라 수 백만원 짜리 명품이나 수 만원짜리 장난감에도 적용된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매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질주하는 '오픈런'을 하고,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운동화 한 켤레를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선 뒤 비싸게 되파는 재테크가 유행하는 이유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원하는 걸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또 희소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가 '멋'이 됐다"며 "남들에게 없는 희소한 가치를 사고파는 중고거래가 새로운 플렉스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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