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가격 인하 논의한다더니 가격 오르네요?" "차라리 수입 우유 먹어야겠어요."
이달 우유 가격 도미노 인상이 시작됐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지난 1일 가격 인상 스타트를 끊었다. 3년 만에 우유 가격을 평균 5.4%를 인상하며 대형마트 내 흰우유 1ℓ 가격이 2500 중반에서 2700원 전후가 됐다.
다른 유업체들도 우유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동원F&B(44,700원 ▲700 +1.59%)(6일)와 매일유업(34,950원 ▼150 -0.43%)(7일), 남양유업(50,500원 0%)(14일)이 각각 평균 6%, 4~5%, 4.9% 인상한다. 빙그레(71,900원 ▲500 +0.7%)는 이달 중순부터 '바나나맛우유'(7.1%), '요플레'(6.4%) 가격을 올린다. 롯데푸드도 '파스퇴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관련 제품인 커피, 빵, 버터, 아이스크림 등 가격도 오르는 '밀크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여기엔 정부 탓도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을 촉발한 원유기본가격은 지난 8월1일부터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올랐다. 이는 정부, 낙농가 등이 참여한 낙농진흥회가 지난해 7월 '원유가격연동제'(생산비, 변동비 등에 비례해 원유가격을 책정하는 제도)에 따라 정했던 사항이다. 그간 시간이 있었지만 지난 7월이 돼서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동을 걸었다. 뒤늦게 물가 안정에 나서는 시늉을 한 것으로 비춰진다.
우유 수요 감소세를 감안하면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일방적 가격 인상은 시장 원리와 맞지 않아 보인다. '반값 이하' 수입 우유 공세로 국내 낙농·우유 산업이 위기에 처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 수입 멸균 우유가 ℓ당 1000원 초중반대에 판매되며 국산 우유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2026년엔 미국, 유럽연합(EU) 등지의 우유·치즈 관세마저 사라져 국산 유제품 가격 경쟁력이 더 뒤쳐질 수 있다.
원유 가격 결정 구조 등 낙농·우유 산업의 전반적 손질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는 지난 8월25일이 돼서야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발족하며 구조 개편에 나섰다. 하지만 낙농가는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채 원유 공급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통·사료 가격을 낮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낙농가, 소비자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정부의 현명한 정책 마련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