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원칙으로 한 통합미디어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방송산업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TV홈쇼핑 산업에 대한 논의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방송·콘텐츠 미디어분야 국정과제 제안서'에 따르면 통합미디어법은 기존 방송법과 인터넷TV(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합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1인 미디어, 포털 등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는 '미디어 기본법'으로 제정된다. 특히 "동일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수평 규제 원칙을 앞세워 미디어간 형평성 확보를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 제안서에는 수년간 규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TV홈쇼핑업계의 의견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오랜 숙원 중 하나인 라이브커머스(온라인 실시간 상거래)와의 차별적 규제 개선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제안서에는 △홈쇼핑 재승인 조건 합리화 추진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확보 △유료방송 재원(송출수수료) 안정화 방안 동시 추진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 간 차별적 규제 개선 △홈쇼핑 송출수수료 및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 마련 등만 담겼다.
이에 TV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정상화는 물론 차별적 규제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는 판매 방식만 다를 뿐 모두 '영상 기반 상품 판매 서비스'이지만 규제는 TV홈쇼핑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상 소비자들은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를 같은 서비스로 인식한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실시한 라이브커머스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자 500명 중 81.6%가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는 유사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서비스 형태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TV홈쇼핑 사업자는 방송사업자이자 유통업자로 분류돼 방송법과 공정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표시광고법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TV홈쇼핑을 기준으로 볼 때 방송법, 광고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는 행위가 벌어져도 규제할 근거가 없어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1년 라이브커머스 방송 120건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약 25%(30건)에서 부당광고 소지가 확인된 바 있다. 석류즙을 광고하면서 갱년기 증상, 혈액순환장애, 빠른 노화와 치매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는 표현을 쓰는 식이다. 구체적인 질병명을 언급하면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TV홈쇼핑에서는 이같은 표현을 쓰면 즉시 제재를 받는다.
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는 마사지기를 광고하면서 '노폐물을 빼준다', '실리프팅 효과'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의료기기로 허가받거나 신고하지 않고 특정 질병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표방해 광고해서는 안된다. 이런 사례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고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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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라이브커머스보다는 TV홈쇼핑에 적용되는 규제를 개선해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방송학회와 수의 계약을 맺고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간 수행한 '라이브커머스 시장 실태 연구' 보고서에는 "기존에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를 유사하게 규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면서도 "TV홈쇼핑에 부과되는 강력한 규제 정책도 자율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라이브커머스가 기존 유사영역과 같은 사전 규제 체계 안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보호 중심에 둔 규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사업자들 간 영역은 자율 규제 체계 안에 두고 내부적 위원회를 통해 규제 체계를 형성해 스스로 지켜나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V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 전체 매출의 약 70%(약 2조4516억원)를 송출수수료로 납부할 정도로 홈쇼핑 산업은 방송시장의 주요 축"이라고 전제한 뒤 "이제는 홈쇼핑 사업자들을 위해서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송출수수료 정상화 논의는 기본이고 동일 서비스-동일규제 원칙이 홈쇼핑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