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앉아 공부를?…"맘껏 하세요" 와이파이도 깔아준 GS25, 이유는

편의점 앉아 공부를?…"맘껏 하세요" 와이파이도 깔아준 GS25, 이유는

호치민(베트남)=차현아 기자
2025.10.02 08:00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3-K리테일 대장정>GS25 (종합)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서 먹던 떡볶이" 관광명소 됐다…베트남 홀린 GS25, 비결은

베트남 호치민시의 GS25 농심 컬래버 매장 내부 모습./사진=차현아 기자.
베트남 호치민시의 GS25 농심 컬래버 매장 내부 모습./사진=차현아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에 찾은 베트남 호치민시 1군 지역 벤 응에(Ben Nghe)에 위치한 GS25 편의점 앞엔 빼곡하게 들어선 오토바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방문하는 손님이 많다보니 베트남엔 상점마다 주차를 도와주는 요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렇게 바쁘게 오고가는 오토바이들 사이로 GS25와 농심(369,500원 ▲2,500 +0.68%) 신라면을 상징하는 '辛사이공(Saigon)'이란 낯익은 간판 속 글씨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GS25와 농심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하 컬래버) 매장이다. 농심 제품만을 위한 특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 편의점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더욱 낯익은 광경이 펼쳐졌다. 매장 한쪽 벽을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 농심의 봉지라면 제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옆엔 이 봉지 라면을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간이 조리대가 놓여있었다. 굳이 한국과 다른 점을 찾자면 베트남에서도 고객이 취향에 따라 먹거리를 조합해 먹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어 라면에 어울리는 소시지나 닭발 등을 함께 담은 번들 제품을 마련해둔 것 정도다.

같은 호치민 1군 지역 내 응우옌타이빈(Nguyen Thai Binh)에 있는 또다른 GS25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간판엔 하이트진로(16,890원 ▲420 +2.55%) 소주의 트레이드 마크인 두꺼비가 두 팔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그 아래 작은 간판엔 한국어로 '대한민국 대표 편의점'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베트남에선 이미 한글이 들어간 제품은 신뢰할 수 있단 증표로 통한다. GS25 관계자는 "베트남에선 한국 제품 선호도가 워낙 높다보니 현지 생산 제품이어도 일부러 포장지에 한국어를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매장 곳곳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두꺼비의 모습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매대에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비롯해 '자두에이슬',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등 다양한 관련 제품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GS25에 따르면 전체 베트남 매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은 '참이슬 프레시'다. 또 GS25가 농심·진로와 컬래버 매장을 내면 직전보다 일 평균 매출이 20% 가량 늘어났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GS25 진로 컬래버 매장 전경./사진=차현아 기자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GS25 진로 컬래버 매장 전경./사진=차현아 기자

실제로 현지 GS25 매장엔 한국 제품들이 즐비했다. 스낵 매대엔 감자칩 '스윙' 등 오리온(127,400원 ▲400 +0.31%) 제품이 상단을 차지하고, 라면 코너엔 농심 신라면은 물론 삼양식품(1,211,000원 ▲37,000 +3.15%)의 불닭볶음면 등이 가득했다. 식품 코너엔 한국처럼 삼각김밥이 줄지어 진열돼있었다. 한국어가 적힌 마스크팩 등 뷰티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호치민시 3군에 위치한 GS25 엠프레스타워(Empress Tower)점에서 만난 고객 니(NHI·30세)씨는 "평소에 한국 라면을 즐겨 먹는다"며 자주 먹는 제품으로 농심 신라면을 가리켰다.

아울러 호치민시 1군 내 GS25 매장들에선 모두 '원사이트'로 불리는 즉석식품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떡볶이와 꼬불이 오뎅같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물론 핫도그와 핫바, 호빵 등을 즉석에서 데워서 내주는 공간이다. 한 매장의 전체 매출 중 25% 정도가 원사이트에서 발생할 정도로 베트남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 떡볶이 기본 맛은 1인분에 한국 돈 1600원이다. 먹어보면 쫀득한 질감과 양념의 매콤달콤한 맛이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21,950원 ▼150 -0.68%)측은 "한류를 즐기려는 현지인들의 관광 명소로도 역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GS25 베트남 매장의 인기 상품 TOP 5, 제조업체 브랜드(NB) 별 GS25 베트남 매장의 인기 상품 TOP 5/그래픽=이지혜
GS25 베트남 매장의 인기 상품 TOP 5, 제조업체 브랜드(NB) 별 GS25 베트남 매장의 인기 상품 TOP 5/그래픽=이지혜

그러다보니 베트남의 GS25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한 공간을 넘어 현지인들이 시간을 보내며 먹고 마시는 일상 속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GS25 엠프레스타워점에서 만난 뚜엔씨(Tuyen·25세)는 "GS25 매장은 편하고 깔끔해서 자주 온다"며 "일주일에 2~3번 정도 찾는다"고 말했다. 2030세대로 보이는 고객들은 계산대 앞에서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열고 모바일 페이로 결제한 뒤 GS25 포인트 앱을 켜기도 했다.

같은 날 함께 둘러본 베트남 300호점이자 'K스트릿푸드' 특화매장인 GS25 디엔비엔푸점은 인근 학생들의 독서실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후 4시경 학교 수업을 막 마치고 온 학생들이 2층 취식 공간에 노트북을 펴고 공부하고 있었다. 이 매장에선 고객들이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를 비롯해 화이트보드와 책꽂이도 설치해뒀다. GS25 관계자는 "이들 세대가 GS25 매장 테이블에서 공부하던 기억을 안고 성인이 될 것"이라며 "10년 후엔 GS25가 베트남인의 문화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한 GS25 매장. 매대에는 오리온의 오스타, 스윙, 마시타 등 스낵이 빼곡이 진열돼있다. 베트남인들은 GS25 매장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고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시간을 보낸다./사진=차현아 기자.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한 GS25 매장. 매대에는 오리온의 오스타, 스윙, 마시타 등 스낵이 빼곡이 진열돼있다. 베트남인들은 GS25 매장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고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는 등 시간을 보낸다./사진=차현아 기자.

베트남 신도시에 속속…'K편의점' GS25, 미국·일본 제치고 1위 노린다

최금성 GS25 베트남법인장이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최금성 GS25 베트남법인장이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GS25는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 발판이자 주요 테스트베드(실증공간)입니다."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치민에 GS25 베트남법인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최금성 현지 법인장(사진)은 "베트남에 진출하려면 단순히 한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교두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5년 후 매출 6000억원, 베트남 전역에서 점포수 1위 편의점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베트남 지역 구석구석 어디서나 한국 제품을 만날 수 있는 'K창구'가 되고자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K편의점을 대표하고 있는 GS25는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빠르게 점포를 늘렸다. 올해 기준 현지 점포수는 총 385개에 달한다. 남부 베트남 지역에선 GS25보다 4~6년 먼저 진출한 미국과 일본의 써클케이(K)·패밀리마트 등 해외 편의점 브랜드를 제치고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베트남 전역으로 보면 전체 2위다. 이에 GS25는 베트남 전역에 확보한 매장을 기반으로 현지 진출을 타진하는 여러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기회의 장을 열어 주고 있다.

GS25 베트남 법인의 연도별 매출 및 점포 수/그래픽=김지영
GS25 베트남 법인의 연도별 매출 및 점포 수/그래픽=김지영

GS25가 베트남 진출 7년만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베트남 부동산 전문 기업 손킴그룹과의 협업 △공격적인 시장 선점 전략 △한국적인 레시피를 반영한 K푸드 판매 등이 꼽힌다.

GS25는 2018년 손킴그룹과 각각 30%, 70% 지분 합작투자로 JV(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베트남에 진출했다. 부동산 전문 기업인 손킴그룹과의 협업은 GS25에 날개를 달아줬다. 손킴그룹이 개발을 주도하는 신도시와 대단지 아파트 내 주요 입지를 GS25가 독점으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점포수를 늘려온 것이다.

손킴그룹의 난(Nhan) 편의점 대표도 같은 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GS25 간판 아래에 적힌 '라이프 플랫폼'이란 단어에 주목했다"며 "GS25는 베트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순 식품 판매점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란 의미라 봤고 그때부터 GS25와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GS25의 성공 가능성을 '라이프 플랫폼'이란 지향점에서 발견했단 얘기다.

실제로 베트남은 길거리 음식이 익숙한 식(食)문화로 즉석 먹거리에 대한 선호와 수요가 높은 편이다. GS25는 이에 맞춰 반바오(베트남식 호빵) 등 현지 먹거리를 비롯해 떡볶이와 김밥, 도시락 등 한국식 조리식품을 히트시켰다. 특히 한국 본사의 전문 MD(상품기획자) 및 식품 개발 연구원을 베트남에 파견해 한국식 떡볶이의 맛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난 대표는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베트남식으로 재탄생한 떡볶이를 먹고 싶은게 아니라 K푸드란 문화 자체를 체험하고자 한다"며 "GS25는 K푸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S25는 베트남의 익숙함과 한국의 특별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기업 손킴그룹의 편의점 대표 난(Nhan)씨가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치민시 GS25베트남 법인 사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베트남 기업 손킴그룹의 편의점 대표 난(Nhan)씨가 지난달 9일 베트남 호치민시 GS25베트남 법인 사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베트남 1위 편의점을 목표로 하는 GS25는 K푸드는 물론 K뷰티 등 한국의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는 K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동아제약과 협업해 만든 얼음과 박카스, 사이다를 조합한 신제품인 '얼박사'를 베트남에서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음료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다 에너지 음료 소비가 많은 점을 주목한 것이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측은 "한국에서도 하루 매출 1억원을 기록했으며 음료 매출 전체 1위에 올랐다"며 "국내 편의점 성공에 힘입어 베트남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우수한 제품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GS25는 화장지 등을 제조하는 한국기업 '미래생활'과 협업해 GS리테일의 PB(자체브랜드)인 유어스 제품으로 베트남에서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아울러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도 돕고 있다. 최근 서울시 산하 중소기업·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SBA)과 손잡고 발굴한 3개 국내 AI(인공지능) 유통 솔루션 스타트업의 자동 온도조절·맞춤형 광고 솔루션 등을 매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뷰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SBA의 지원사업 대상인 일부 뷰티 벤처기업의 제품 역시 일부 매장에 도입해 시장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