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소금을 왜" 뺨까지 맞았던 이 철학…결국 견과류 시장 확 바꿨다[혁신기업 인사이드]

"아니, 소금을 왜" 뺨까지 맞았던 이 철학…결국 견과류 시장 확 바꿨다[혁신기업 인사이드]

고양(경기)=유예림 기자
2025.11.09 12:00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은 중견·중소기업들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이들 기업은 수천번 실패하면서도 혁신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저마다 영화나 드라마같은 사연을 품고 있는 배경이다. 그들의 혁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본다.
경기 고양에 있는 ‘더채움’ 공장에서 하루한줌 견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사진=유예림 기자
경기 고양에 있는 ‘더채움’ 공장에서 하루한줌 견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사진=유예림 기자

지난 6일 오전, 경기 고양에 있는 4000㎡ 규모의 '더채움' 공장의 내포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향이 강하게 풍겼다. 피칸과 땅콩, 크랜베리, 피스타치오, 블루베리 등 5가지 견과류가 섞여 25g이 되고 더채움의 대표 제품 '하루한줌 E25g 견과'가 탄생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현장은 더채움이 메인비즈협회의 경영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공개됐다. 1998년 '부림농수산'으로 출발한 더채움은 세계 최초로 하루한줌 견과를 개발한 견과류 전문 기업이다. 권영기 더채움 대표는 1970~1980년대 땅콩 같은 견과류를 큰 봉투에 담아 팔던 방식에서 벗어나 견과류의 하루 적정 섭취량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1984년부터 견과류 업계에서 일해온 권 대표는 '왜 좋은 견과를 기름에 튀기고 소금으로 덮는가'란 의문을 품고 창업을 했다. 그는 "견과류 회사에 취직했는데 아몬드에 기름을 붓고 소금을 뿌리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견과류의 45~99%가 불포화 지방인데 이걸 또 기름에 튀기는 걸 보면서 우리 몸을 위해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권영기 더채움 대표가 경기 고양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메인비즈협회
권영기 더채움 대표가 경기 고양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메인비즈협회

권 대표의 철학답게 더채움 공장엔 여느 식품업체의 공장과는 달리 기름과 소금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날 공장에서도 건강한 견과류를 향한 더채움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포장실보다 한층 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로스팅실에선 무염 피스타치오를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더채움은 피스타치오뿐 아니라 모든 견과류를 색상을 토대로 정밀하게 선별하고 있다.

권 대표는 이 작업에 대해 "견과류를 50알 정도 잘라서 색상을 구분한다"고 전제한 뒤 "초록색과 흰색, 그을린색, 갈색 등 4가지로 나눠서 데이터화하고 평균값을 내서 가장 타지 않고 잘 익은 상태를 찾는데 이 값의 기준치에 들어야 맛이 좋고 보존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더채움이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건강한 견과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험난했다. 권 대표는 국내외 논문 60편을 분석해 '적정 견과류 섭취량은 하루 한줌'이란 정의를 내렸다. 그는 "견과류는 큰 통에 넣어놓고 계속 먹으면 그건 우리 몸을 버리는 짓"이라고 지적한 뒤 "논문 분석 끝에 적정 섭취량은 남녀노소 22~30g이라는 사실을 파악했고 제가 25g이라는 기준을 정했다"면서 "당시 사람들이 견과류를 1kg짜리를 사 먹는데 25g을 누가 먹겠냐며 거래처, 홈쇼핑에서 입고를 거절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대표는 25g과 건강한 제조 방식을 고수했다. 그는 "서양은 샐러드 등 신선한 야채를 주식으로 먹는 대신 피자, 비스킷 같은 간식은 짜게 먹는다"면서 "반면 한국은 절임류, 간장류로 이미 소금 섭취가 많기 때문에 견과류를 비롯한 간식에는 소금을 뿌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견과류를 8~10회 기름에 튀기고 여기 또 소금을 뿌리는 걸 사람이 먹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이전 회사에 말하니 뺨도 맞았고 발도 걷어차였다"며 "견과류도 커피를 볶는 것처럼 로스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름을 넣는 대신 적당한 볶는 온도와 포장 습도를 찾기 위해 1년 넘게 실험했다"고 소개했다.

경기 고양에 있는 ‘더채움’ 공장에서 하루한줌 견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사진=유예림 기자
경기 고양에 있는 ‘더채움’ 공장에서 하루한줌 견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사진=유예림 기자

이런 방식은 출시 1년여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하루한줌 견과 출시 이후 후발업체가 70~80개 더 생겼다"며 "씹을수록 단맛을 느낄 수 있고 소비기한 1년이 지나도 산패 없는 품질로 대표 견과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이에 더채움은 세계 최대 견과기업 미국 파라마운트팜즈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사로 협력하고 있다. 선키스트와 삼양사(51,100원 ▼100 -0.2%), 쿠팡, CU, 코스트코 등 주요 식품·유통기업에도 납품을 이어오며 연매출도 120억원으로 키웠다.

내년엔 매출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0년부터 중국 수출에 나섰고, 현재는 쿠팡을 통해 대만에도 진출했다. 코스트코와 함께 동남아시아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회사 캐릭터 3종을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단 계획이다. 권 대표는 "견과류를 활용한 종합식품 개발이 다음 목표"라며 "콩류와 견과류의 협업, 노인층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식품 등 많은 걸 고민하고 있는데 견과류를 토대로 영역을 넓히는 기업이 되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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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2부 유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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