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 품목 확대에 손 놓은 정부와 국회..안하나 못하나

상비약 품목 확대에 손 놓은 정부와 국회..안하나 못하나

조한송, 김민우, 하수민 기자
2025.12.21 11:30

[MT리포트]무약촌 고발 그 후④상비약 논의 멈춘 자리에 '침묵의 합의' 있었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창간기획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와 공공심야약국 모두가 없는 지역의 실태를 고발한지 1년반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상비약 품목 확대와 판매점 24시간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정부는 외면했고 국회는 손을 놨다. 그사이 제도는 그대로인데 편의점 업계 구조조정과 불황이 겹치며 상비약 판매점은 오히려 줄었다. 정책 공백 속에서 더 깊어진 지역간 약 접근성 격차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그 책임을 따져봤다.
및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개최 현황 및 20~22대 국회 약사 출신 의원/그래픽=김지영
및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개최 현황 및 20~22대 국회 약사 출신 의원/그래픽=김지영

'보건복지부장관은 2016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상비약) 지정에 관한 고시 제3조, 재검토 기한에 적혀있는 문구다. 하지만 상비약 재평가 및 재심의를 위한 논의는 2019년에도, 2022년에도, 그리고 올해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상비약 확대를 지지하는 소비자단체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지정심의위원회부터 열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이유다.

상비약 품목은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13년간 재평가 및 재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가 2017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6차에 걸쳐 개최됐지만 품목 점검 및 재조정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전한 탓이다. 각 단체의 의견을 조율해 상비약 추가 지정 논의를 이어가야 할 보건복지부는 지정심의위원회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의대 정원 이슈까지 굵직한 이슈가 해결됐지만 의약품 지정 논의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의사이자 법학박사인 권용진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복지부가 국민의 안전보다 약사와 제약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며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의 취지를 복지부가 무력화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국회도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그동안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미온적인 태도가 13년 동안 지속돼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약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약사출신 의원들이 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

의원들의 '동료애'가 상비약 문제의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에 약사 출신 의원들이 소속돼 있었다. 23~24명으로 구성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 중 4명(약 16%)이 약사 출신이다보니 상비약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기 어려웠던 셈이다.

22대 국회에서 약사 출신 의원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뿐이다. 야당의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나마 약사 출신 의원이 줄어든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는데도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라며 책임을 방기하던 복지부가 그나마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 고무적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상비약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정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상비약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어, 환경과 여건 변화를 반영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현재 판매가 중단된 품목을 정비하고, 품목 조정 및 판매시간 완화 등 종합적인 개선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특히 무약촌 지역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만큼, 판매시간 제한 완화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약은 상품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이제는 상비약 판매 제도의 보완과 지역별 의약품 접근성에 대한 국가 책임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전기사 : [2024년 머니투데이 창간기획] 전국 16%가 무약촌 시리즈

①의사만 부족한게 아니다…전국 16%는 약 살 곳 없는 '무약촌'

②[르포]"내 나이 85세…약 사러 한 시간 버스 타고 갑니다"

③전국 최고령 동네 10곳, 한밤중 약 살데 없는 '무약촌

④[르포]1시간 만에 타이레놀 700정을 샀다...상비약 '복약지도' 무색

⑤안전상비약 확대 반대하는 약사회, 왜?

⑥'13개→11개' 거꾸로 가는 안전상비의약품, 못 늘리나 안 늘리나

⑦ '24시간 운영' 제한만 풀어도 1.2만개 편의점에 '약'들어간다

⑧[르포]"30년째 문제없는데"…한국 편의점 상비약, 일본 1%에도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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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안녕하세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씁니다. 고견 감사히 듣겠습니다.

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하수민 기자

안녕하세요 하수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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