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마음을 뻥~뚫어줄 향기로운 숨표가 필요할 때, '보아랑 쥐멜 샴페인'
입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2월의 공기는 여전히 날 선 칼날 같다. 봄이 문턱까지 와 있다는 것보다 벌써 2월이라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는 것 같다. 새해의 들떴던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지고, 비장하게 세웠던 계획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과연 이 길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시기이다.
특히 이번 달은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긴 연휴, 오랜만에 마주 앉은 가족들과 시끌벅적한 온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채우는 고요한 휴식이, 또 누군가에게는 도리어 시큰한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모습의 명절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 선 마음을 무디게 해줄 다정한 위로, 그리고 풀리지 않는 고민을 속 시원히 뚫어줄 청량한 응원이다. 이번 달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에서도, 혹은 나만을 위한 고독한 미식의 시간에도 부담 없는 짝꿍이 되어줄 프랑스 샹파뉴의 숨은 보석 '보아랑 쥐멜 트라디시옹 브뤼(Voirin-Jumel, Tradition Brut)'로 마음을 달래보자.
본래 샴페인은 축제와 환희의 상징이지만, 잔 속에서 끊임없이 수직으로 피어오르는 정교한 기포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복잡했던 상념이 차분히 가라앉는 명상의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시끌벅적한 잔치 뒤에 불현듯 찾아오는 공허함도, 혹은 혼자이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그 충만한 고독의 포만감도, 잔 밑바닥에서부터 끊임없이 실타래처럼 뽑아 올려지는 저 섬세한 버블 속에 넋을 잃고 녹아든다.
이 샴페인은 요란했던 명절의 소음이 잦아든 뒤, 비로소 마주하게 된 당신의 고단한 어깨를 가만히 토닥이는 가장 화사하고도 섬세한 위로가 된다.
잔 속에서 부지런히 피어오르는 기포들은 어쩌면 지난 연휴 동안 차마 내뱉지 못한 당신의 긴 한숨을 향기로운 응원으로 바꾸어주는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 대중의 기호를 사로잡는 우아한 버블, 보아랑 쥐멜(Voirin-Jumel)
보아랑 쥐멜은 샴페인의 성지로 불리는 '코트 데 블랑(Côte des Blancs)'에 기반을 둔 역사 깊은 생산자다. 화려한 대형 샴페인 하우스들의 홍보 공세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들만의 테루아를 지켜온 이들의 고집은 사시까이아의 개척 정신과도 닮아 있다.
이 와인의 가장 큰 미덕은 중용이다. 가족들이 모인 잘 차려진 식탁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기분 좋게 잔을 부딪칠 수 있는 화합의 메신저가 되고,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완벽한 위로가 된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이 트라디시옹 브뤼는, 보석 같은 와인으로, 대중적이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훌륭한 선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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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지역의 서늘한 기후와 석회질 토양을 이겨낸 포도들은 입안에서 투명하고 청량한 기포로 다시 태어난다. 당신이 어떤 2월을 보내고 있든 그 시간을 가장 화사하게 밝혀줄 것이다.
◆ 샴페인 보아랑 쥐멜, 트라디시옹 브뤼 (Champagne Voirin-Jumel, Tradition Brut)
-Winery: Champagne Voirin-Jumel
-Grapes: Chardonnay 50%, Pinot Noir 50%
-Region: France / Champagne / Côte des Blancs (Cramant)
-Alcohol: 12% (Vintage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 보아랑 쥐멜(Voirin-Jumel) 와이너리 이야기
두 가문의 사랑이 빚어낸 샹파뉴의 보석, 보아랑 쥐멜의 이야기는 1968년, 프랑수아즈 쥐멜(Françoise Jumel)과 장 폴 보아랑(Jean-Paul Voirin)의 결혼으로 두 가문의 포도밭이 합쳐지며 현재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샴페인 지역의 두 명망 높은 가문인 보아랑(Voirin) 가문과 쥐멜(Jumel)의 가문이 결혼을 통해 결합하며 시작된 것이다. 이는 샴페인의 성지로 불리는 '코트 데 블랑(Côte des Blancs)'의 정수를 한데 모은 사건이었다.
이들은 대형 자본이 지배하는 네고시앙 마니퓔랑(NM)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직접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레콜탕 마니퓔랑(RM)의 자존심을 5대째 지켜오고 있다.
RM (Récoltant Manipulant, 레콜탕 마니퓔랑)은 직접 땀 흘려 키운 포도로만 만드는 고집 센 농부를 뜻한다. 방식으로는 오직 자신이 직접 재배한 포도만 가지고 와인을 만들며 여기에서 레콜탕(Récoltant)은 수확자라는 뜻이다.
특히 그랑 크뤼 마을인 크라망(Cramant)의 백악질(Chalk) 토양은 이들에게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한 산미라는 천부적인 재능을 부여했다.
남들이 화려한 마케팅에 열을 올릴 때, 보아랑 쥐멜은 포도나무 뿌리가 석회암반 깊숙이 파고들 수 있도록 기다림을 택했다. 이들의 샴페인이 유독 섬세하고 깊은 미네랄리티를 띠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역시 크라망의 석회암반에서 샹파뉴의 가장 순수한 얼굴을 빚어내고 있다. 현재 와이너리를 이끄는 알리스(Alice)와 파트릭(Patrick) 남매가 가문의 5대째 양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와인 특징
-환상의 블렌딩: 샤르도네의 우아함과 피노 누아의 강인한 구조감이 5:5 비율로 완벽한 조화를 이룸.
-전통의 방식: 샴페인의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고수하며, 층층이 쌓이는 복합적인 풍미를 위해 충분한 숙성 기간을 거침.
-테루아의 개성: 크라망(Cramant) 지역 특유의 석회질 토양에서 오는 날카로운 미네랄리티와 신선한 산도가 일품.
-압도적 가성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그랑 크뤼 하우스 기반의 고품질 샴페인.
-섬세한 기포: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미세한 기포가 입안에서 크리미한 질감을 선사하다.
◆테이스팅 노트
-외관 (Appearance): 맑고 영롱한 연둣빛 황금색. 잔 중앙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정교하고 미세한 기포.
-향 (Nose): 1차 향은 잘 익은 사과, 서양배의 싱그러운 과실 향과 흰 꽃의 화사함이 층층이 쌓임. 2차 향: 샴페인 특유의 고소한 갓 구운 빵, 아몬드의 향취가 과실미를 우아하게 감싸 안음. 3차 향: 석회 토양에서 기인한 젖은 조개껍데기의 미네랄리티와 은은한 꿀 향의 여운.
-팔렛 (Palate): 입안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구조감(Structure)은 마치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함.
Attack: 첫 느낌은 매우 신선하고 경쾌하다. 입안 가득 터지는 기포의 청량함이 레몬 제스트의 산미와 함께 피어남.
Tannin & Acidity: 부드러운 산도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으며 입안의 무게감을 완벽하게 지탱하며 탁월한 밸런스를 이룸.
Finish: 피니시는 매우 길고(Long Length) 우아함. 삼킨 후에도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미네랄과 과실 향이 교차하며 긴 여운과 우아한 피니시.
-결론 (Conclusion): 샤르도네의 섬세함과 피노 누아의 볼륨감이 공존하는 와인, 그 화려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갖춘 데일리 명품 샴페인.
◆푸드 페어링 (Food Pairing)
-일반 페어링 (Classic Pairing): 각종 모둠전(특히 동태전, 육전), 식전 전채 요리, 잡채,
불고기, 굴 요리, 신선한 치즈.
-비건 페어링 (Vegan Pairing): 바삭하게 구운 채소 튀김, 들깨 버섯 탕, 견과류를 곁들인 샐러드, 대추와 밤을 넣은 약식.
가장 거친 자갈밭에서 고귀한 향기가 태어나듯, 우리의 삶 또한 일상의 크고 작은 부딪힘 속에서 더욱 단단하고 향기롭게 익어갈 것이다.
올 설날, 프랑스의 우아한 샴페인과 함께 잊지 못할 따뜻한 기억을 만드시길 소망한다.
[에필로그] 2026년 '이럴 때 이 와인 어때?'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교과서 같은 정보보다는 매 순간 스치는 감정과 처한 상황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와인들을 세밀하게 골라 전하려 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곁에서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그 어떤 세상의 찬사와 비난이 파도처럼 덮쳐와도, 잔 속의 버블은 흔들림 없이 솟구치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뿐이다."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는 경희대학교 와인 소믈리에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조리외식경영학 박사를 수료했다. 국내 와인대회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으며, 다년간의 외식경영과 와인숍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와인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