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사과문 발표 후 현장 떠나...조사 결과 설명과 취재진 질의응답은 경영진에 맡겨
신세계그룹, 마케팅 검증 절차 총체적 부실 인정...고의적 기획 등 각종 의혹은 부인
정치권, 시민단체 엇갈린 반응...오월 단체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 내놓아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614524824741_1.jpg)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계열사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과 관련해 직접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사건이 불거진 지난 18일 이후 8일 만이다. 정 회장은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해임하고 이틀날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공개 석상에서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며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섰다.
정 회장은 발표문을 읽은 10여 분간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본인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파트너)들이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선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정 회장은 사과문을 읽은 뒤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이어진 그룹 차원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맡겼다.
신세계그룹은 일단 '고의로 5.18 탱크데이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일부 직원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지만, 고의로 해당 마케팅을 기획한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과정에서 "AI에 물어봤다" 등 직원들이 마케팅의 고의성을 부인한 사실도 알려졌다. 다만 후속 경찰 조사에서 담당 임직원의 고의성 여부가 확인되면 관련자를 즉시 해임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은 마케팅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마케팅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4단계의 보고 절차를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누구도 5월18일에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행사 합의에 참여한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파일도 열어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은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마케팅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데 설명의 초점을 맞췄다. 탱크 텀블러가 계엄군의 탱크를 상징하고, 텀블러 용량(503mL)이 특정인의 수인번호를 암시하며, 탱크 텀블러 출시일 4월16일이 세월호 참사일을 겨냥했다 등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 회장의 사과와 신세계그룹의 해명에 대해 각계 반응은 엇갈린다. 여권 내부에선 다소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며 평가했지만, 정청래 대표는 "그동안 (정 회장의) 극우적 언행을 봤을때 소나기 피하려는 가식적 사과가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비판 기류에 대해 "인민재판을 벌여 '공소 취소 특검'에 대한 국민 분노를 스타벅스로 덮으려는 공포정치"라고 비판했다.
오월단체들은 거센 반발을 이어갔다. 5·18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를 모욕한 정 회장의 빈껍데기 사과를 거부한다"며 "신세계그룹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신극정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이 26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세계그룹을 향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한 진정성있는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2026.05.26. leeyj2578@newsis.com /사진=이영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614524824741_3.jpg)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사과한 것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지만, 사과문에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을 굳이 해야만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총수가 직접 나서 책임을 인정한 건 위기 사안의 무게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역사 인식과 관련된 논란은 일반적인 소비자 불만과 달리 공감과 사회적 신뢰가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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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박모씨는 "휴대전화 포렌식에 응한 직원이 2명뿐이었다는 점이 실망스러웠다"며 "그런 상황에서 사전 모의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30대 대학원생 이모씨는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등 사과문에 적힌 일부 표현은 자칫 정치적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사태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정 회장이 광주를 직접 찾아 5.18 단체에게 추가로 사과의 뜻을 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의 광주행 여부에 대한 질의에 전상진 부사장은 "적절한 시점이 되면 (정 회장의) 광주 현장 방문이나 공개적인 의사 표명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