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new) 다만세, 진짜 캐스팅보터의 탄생] (下)

2030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은 정치 영역뿐 아니라 소비시장에서도 막강하다. 트렌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온라인 담론을 통해 기업의 평판을 형성하고 소비를 좌우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유통업계에서 확산하는 이종산업 간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는 지난 2024년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2030 여성의 존재감 덕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람객 분석에 따르면 주말 경기 예매자 중 2030 여성 비중은 절반을 웃돈다.
중장년 남성들이 주로 즐기는 야구경기 관람이 2030 여성의 여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컬래버 시장도 급격하게 커졌다.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1~5월 KBO 컬래버레이션 상품 수(SKU)는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고 판매량도 117% 늘었다. 스탠리·LG트윈스 텀블러를 비롯해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협업 상품 등이 잇달아 흥행한 결과다.
소비를 이끄는 주축도 2030 여성이다. 무신사에서 판매하는 KBO 컬래버 상품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자의 61%가 여성이었다. 여성 구매자 중 20대는 33.8%, 30대는 34.4%로, 2030 여성이 68.2%를 차지한다. 야구 팬덤을 기반으로 한 유통 시장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2030 여성에게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뷰티업계도 KBO 팬덤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올리브영은 브링그린과 KBO 협업으로 선수 포토카드와 친필 사인 굿즈, 예매권 등을 선보이며 여성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 선수와 진행한 컬래버에서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3만7000개가 이틀 만에 소진됐고 한정 굿즈도 판매 직후 품절됐다. 지난해 글로벌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이 준비한 '메디힐·KBO' 팝업스토어에는 2주간 3만명이 방문했다.
왕성한 소비력으로 남성 우위 시장을 위협하는 2030 여성이지만 이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는 건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기업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SPC삼립 '크보빵'은 산재 사망 사고 이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확산됐다. 특히 여성 팬을 중심으로 선수 IP가 해당기업 이미지 개선에 활용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마케팅업계 한 관계자는 "2030 여성은 가장 활발한 소비층이자 온라인 여론을 형성하는 핵심 집단"이라며 "기업이 윤리적 기준과 납득 가능한 브랜드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인기 IP나 화제성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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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도 남녀의 인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학생은 대체로 남학생보다 사회참여 의식이 높고 일부 사안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인식 격차는 청소년들의 남녀 또래문화가 다르다는 점 때문으로 파악된다.
27일 성평등가족부가 발간한 '2026년 청소년 통계' 중 지난해 초4~6학년 및 중·고등학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회참여 필요성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80.4%였다. '그렇다'고 답한 여학생은 83.9%, 남학생은 77.1%로 6.8%P(포인트) 격차다.
'모든 인간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면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도 여학생은 76.6%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지만, 남학생은 66.4%에 그쳤다.
여성가족연구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남녀의 인식 격차는 '성차별·폭력'에 대한 민감도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가장 많은 지역인 경기도의 10대 청소년 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차별·혐오·폭력'이 심각하다고 인식한 집단순위는 여자 고등학생(2.97점), 여자 중학생(2.93점), 남자 고등학생(2.77점), 남자 중학생(2.75점) 순이었다. 반면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차별·혐오·폭력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 '2.81~2.9점' 사이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표현이나 농담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여자 중학생(3.32점), 여자 고등학생(3.28점), 남자 중학생(3.05점), 남자 고등학생(3.04점) 순으로 인식격차가 벌어졌다. '온라인상 나타나는 남성에 대한 성차별적 표현이나 농담이 심각하다'는 인식도 여자 중학생이 3.03점으로 가장 높았다.
송리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원은 "여학생은 현재와 미래 모두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구조적 불평등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며 "남학생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변화가 느리고 인식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여학생은 안정적인 또래관계가 성평등적 태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반면 남학생은 더 많은 친구가 있었음에도 가치, 태도를 따라야 하는 또래 압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온라인 문화의 한 축으로 여성혐오가 자리잡으면서 혐오 발화가 남성성 인정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청소년 인식 조사의 경우 연구 윤리 등의 문제로 예민한 사회 주제를 다루기 어렵고 솔직한 답변을 얻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에 명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일부 조사 항목에서 10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정부의 정책을 요구하는 등 남녀의 인식 차이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 수준이 연령, 지역, 대도시·농촌, 경제 수준 등을 뛰어넘을 만큼 뚜렷한지는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현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남녀 인식 격차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의 한계를 호소한다. 각 교육청은 미디어 리터러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육 전과 후의 변화를 통계적으로 살펴보기 어려워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서는 10대들의 극단적인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막상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른들이 남녀갈등·인식격차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