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속에 치러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무관심속에 치러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송기용 부장
2012.03.28 11:28

[광화문]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27일 핵물질 제거와 불법적 거래 차단을 골자로 하는 서울 코뮤니케를 채택하고 폐막했다. 이틀 간 서울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53개국 정상(급)과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 지난 2010년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던 서울 G20 정상회의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정상들이 참석하는 매머드급 행사다. 흔히 하는 말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정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형과 달리 피부로 체감되는 관심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함께 갑시다"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어눌한 한국말이 화제가 됐던 외국어대 특강과 정상 만찬에 오른 와인, 정상들이 타는 방탄차 등 소소한 뉴스는 많았지만 정작 핵안보정상회의 논의 내용은 크게 조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회의가 열렸던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한 교통통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게 화제가 됐다. 아무래도 핵물질 감축 등을 논의하는 딱딱한 회의다 보니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행사보다는 열기가 떨어질 수 밖 에 없다. 정권의 힘이 빠지는 집권 마지막 해에 열린데다 십여 일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의 각축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주목여부와는 별개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의미는 작지 않다. 단순히 수십 개 국 정상이 한국을 찾아 국제적 위상이 제고됐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내건 회의 주제와 걸맞게 실질적인 핵물질 감축을 담은 서울 커뮤니케가 채택됐기 때문이다. 그 양이 핵무기 2만 개를 감축하는 정도로 지구상에 있는 전체 핵무기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아울러 '실용위성' 운운하며 핵탄두 장착용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위협하는 북한을 압박할 국제사회의 공조를 끌어냈다는 점도 성과다. 무엇보다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해온 중국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미사일에 앞서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발언을 끌어냄으로써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을 줬다.

서울 회의와 같은 거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됐기 때문이지만 최대 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하겠다. 2년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제1차 회의 당시 차기 회의를 한국으로 유치했던 당사자도 이 대통령이고, 서울 회의에서도 수십 차례에 달하는 릴레이 정상회의로 국익을 극대화 한 것은 물론 의장으로서 매끄럽게 회의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회의마다 지각하는 오바마 대통령,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실각과 내부 권력다툼으로 우울한 후진타오 주석 등을 달래가며 잡음 없이 회의를 끌어갔다는 후문이다.

관련해서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 중심의 친미외교와 이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그리고 대북관계 냉각 등 비판은 무성하지만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 대한 조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유럽연합,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물론 프랑스, 일본 등의 반대를 뚫고 G20에 가입하고 서울 회의를 유치한 것은 MB 외교의 성과라 하겠다.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끌어내 외환위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한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의 지원 거부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굴욕적인 과거와 대비된다.

국력의 총합이라고 할 외교적 성과를 대통령 한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폄훼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웃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고립적 외교행태를 보면 이 대통령의 경쟁력은 확연히 드러난다. 정상회의 개막일인 26일 저녁에 방한한 노다 총리는 27일 오전 1차 전체회의에만 참석한 채 돌아갔다. 반나절 남짓한 체류기간 동안 단 한차례의 별도 회담도 갖지 않는 등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전에서 '왕따'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 정부의 공과는 훗날 평가가 이뤄지겠지만 이 대통령의 열정은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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