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무상보육보다 직장보육

[광화문]무상보육보다 직장보육

강호병 산업2부장
2012.05.04 07:13

#1. 뉴욕특파원 시절 출장갔다가 해외여행중이던 한 부부를 만났다. 노후를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괜찮게 운영되던 중소기업체 지분을 고락을 함께한 임직원에게 나눠주고 자식에게도 재산을 상속한 후 깨끗하게 은퇴했다고 했다.

그는 "하루라도 젊을 때 여행을 다녀야한다는 게 우리 부부 생각"이라며 자식을 결혼시킬 때 아예 선언을 했다고 했다. "부모에게 애를 봐달라고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직장다니는 자식들 애 봐주다간 내 시간을 전혀 가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무엇보다 믿을 수 있지 않습니까. 돈을 들여 사설 보육시설에 맡길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거든요. 애들에게 상한 음식을 주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다는 소식이 들릴때마다 마음이 아팠죠. 그렇지만 이제 회사에게 어린이집을 개원해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지난달 밀폐용기 및 부엌용품 생산업체 락앤락이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했을때 나온 기혼 여직원 반응이다. 이 회사는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 정문 건너편에 연면적 426㎡에 2층 규모로 직장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법적으로 마련해야할 이유는 없었지만 여성이 쓰는 제품을 만들고 여성 근로자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오너가 결단을 내렸다.

영유아보육법상에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 대상이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인데 락앤락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3. 지난달 있었던 삼성그룹 여성승진자들과 이건희 회장과의 오찬자리. 여성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참석자들은 "회사 보육시설 덕분에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서 너무나 회사에 고맙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비중이 커지는 시점에서 보육이 가야할 하나의 방향을 주는 사례라 본다. 올 3월부터 만0세 ~ 2세 영유아 무상보육은 시행에 들어갔다. 무상보육 연령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무상 보육 자체는 경제논리로는 말이 안되는 정책이다. 무상이다보니 수요가 무한대로 팽창할 것이다. 자기가 볼 수 있는 사람도 애들을 맡기려 할테니 말이다. 한정된 정부재원으로 수요를 처음부터 감당하기 어렵다. 그것을 강제하다보면 서비스가 하향 평준화돼 모두가 불만족 상태가 되거나 엄청난 줄서기를 감수해야할 것이다.

어린이집은 어린이 집대로 정부가 준돈을 제대로 썼는지 감사받는다고 편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감사도 제대로 될지도 모르겠다.

벌써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됐다. 만 0세~2세 영유아 무상보육이 결국 재원·시설·인력, 3부족에 직면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정부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앙정부가 3700억원, 지방정부가 3400억원 부담하면 될 것으로 계산했다.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영유아 17만명만 감안한 수치였다. 그러나 무상이 되면서 신규지원대상이 13만명이 더 늘었다. 형평성 차원에서 집에서 키울때 지원해달라는 요구는 또 어쩔 셈인가.

형편이 넉넉하거나 맞벌이부부는 보육에서 돈이 문제가 아니다. 락앤락 여직원 말처럼 '믿을 수 있느냐'다. 거기엔 직장 보육이 잘 부합한다. 정부가 무상으로 돈을 쏟아붓기 보다 직장 보육을 장려해 기업에게 그 경비나 투자비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규모가 작은 곳은 공단이나 시군구청에서 통합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업들은 직장 어린이 집 개원요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하소연한다. 기업파산시 승계하거나 대신 운영해줄 비상대책도 필요하다.

정부차원의 무상보육은 일정 기준 이하의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것이 좋다. 이미 저질러 놓은 무상보육 문제를 더 이상 확대되지 않게 추스려야할 때다.

사보육을 모두 공보육화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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