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이 또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정부조직법안 타결을 위한 여야의 막바지 절충 시도가 MBC 사장 사퇴와 검찰 조사 요구 등으로 튀었다. 공정방송을 위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관할부처 논란이 공중파방송 사장 사퇴 등으로 변질된 것. `식물정부돴 책임론을 의식한 민주통합당이 수정제안하고 이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즉각 거부하면서 정부조직법안 협상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국회가 정치력을 상실하는 동안 우리의 안보·경제는 잇단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와 핵 불바다 위협 등으로 한반도 안보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엔저로 경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이 같은 위기상황을 외면하는 정치권에 국민의 인내력은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사실 민주당 지도부도 새 정부 출범 지연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다. 위기상황을 극복할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을 의식해서다. 다만 통 크게 협조하지 못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지도력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기류가 워낙 강한 탓이다. 여기다 여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없는 국회 환경도 정면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바로 '국회선진화법'(선진화법) 때문이다.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도 불리는 선진화법은 지난해 5월 18대 국회 폐회를 앞두고 여야 합의로 개정됐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힘의 논리가 아닌 협상과 타협으로 운영되는 선진국회를 만들겠다며 법안 개정에 힘을 실어줬다.
선진화법은 박 대통령의 상생정치 염원을 담고 있다. 다수당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여야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했다.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 합의 3가지로 한정했다.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재적의원 5분의3(180명)이나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3 이상 기준을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진화법을 무기로 민주당 지도부는 여권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럴수록 박 대통령의 속은 더욱 타들어간다. 자신이 주도한 선진화법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 '제2 한강의 기적'을 달성하겠다는 국정철학을 대통령에 취임한 지 10여일이 넘도록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얽힌 실타래를 푸는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화와 타협, 공생이라는 선진화법 개정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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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수정안을 제안한 것은 고무적이다. 청와대는 민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모습이 요구된다.
민주당도 이제 무한정 새 정부 정상출범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선진화법은 여야의 국정 공동책임을 요구한다. 그런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10여일이 지났지만 대통령이 장관을 한 명도 임명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에 민주당은 적어도 의석수만큼(42%) 책임을 져야 한다.
새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임기 초가 가장 강력하다. 박근혜 정부가 140개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1분1초도 낭비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쇠고기 촛불시위돴에 발목잡혀 국정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이 같은 전례를 교훈삼아 갈택이어(竭澤而漁)의 우를 피했으면 한다. 즉 한 번에 배불리 먹기 위해 연못의 물을 빼면 앞으로 먹을 것이 없어지니 당장의 작은 명분에 집착해서 국정운영의 큰 흐름을 망쳐선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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