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하경제 양성화' 깃발 내리지 말아야

[기자수첩]'지하경제 양성화' 깃발 내리지 말아야

김세관 기자
2013.07.23 17:24

국세청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국세청은 최근 후반기에 실시할 세무조사 중 약 1000여 건 정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노력세수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안팎의 우려와 압박에 하반기 조사 운용방향 수정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세무조사 1000여 건 축소 방침은 매년 시행 중인 1만9000여 건의 조사 중 10%에도 못 미치는 비중이다. 그래도 올해의 세무조사 강도에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재계와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결과다.

국세청의 이 같은 결정은 우선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기조 후퇴 조짐이 한 몫 했다. 아울러 직접적인 세무조사 대상인 기업들의 아우성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조사 강화로 인한 경영위축을 주장해 온 재계의 목소리를 국세청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렇다 보니 그 진위야 어찌 됐든 정치권과 재계의 압박에 못 이겨 세금 징수와 세무조사를 집행하는 정부 주요기관인 국세청이 외부의 압력에 굴복한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모양새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가장 심각한 것은 올 해를 기점으로 국세청이 야심차게 구상 중인 지하경제 양성화 목적과 실천의지 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국세청이 기업 세무조사 강도가 예상보다 셌다는 판단을 해 지하경제 양성화 실천 수단인 세무조사를 축소할 순 있다. 그러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공정과세 원칙이라는 그 목적마저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

당초 국세청이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역외탈세 △민생침해 사범 △고소득자영업자 탈루 △대법인·대재산가의 지능적 탈세에 등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축소방침과는 상관없이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사회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세무조사 축소 방침이 탈세 혐의가 명백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비정기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 축소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옳지 않다. 국세청의 결정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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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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