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한국은행이 나서야 할 때

[MT시평] 한국은행이 나서야 할 때

한택수 기자
2013.12.18 06:00

최근 5, 6년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등의 중앙은행들이 솔선해서 자산규모를 몇 배씩 늘려가며 금융시장에 자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여 왔거나 앞으로도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며 장기적인 불황속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자국의 기업을 구제하는데 있어서도 정부의 직접개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와 일본항공이 정부지원으로 재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글로벌경제라는 이상과 명분을 포기한 경제적인 내셔널리즘이 전 세계에 만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건설, 해운·조선 등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업종이 적지 않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번의 불황은 그 파괴력과 지속기간을 고려하면 불황을 겪고 있는 해당 업체들만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기가 매우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최근 일련의 금융시장 동요로 인하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그야말로 직접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쪼그라들고 있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언제쯤이면 금융시장이 종전의 정상적인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접금융시장의 위축을 충분히 상쇄하고 보완해 줄 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능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직접금융시장의 규모가 50조원 정도 위축된다고 하면 은행들이 50조원 만큼 신규로 대출을 늘려서 불황업종을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관련업체들은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한편, 정부도 세입확보의 어려움과 복지 예산 등 세출 증대 요구 사이에 끼어서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설령 불황업종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입장은 못 될 것 같다. 더욱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쟁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에 불황업종에 대한 어떠한 정부지원에 대하여도 거부감을 갖게 될 일부 정치권이나 여론의 저항을 원만히 무마하고 정부가 예산을 통하여 개입할 현실적인 방법이 있을 지도 매우 의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내년도에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우리의 불황업종들도 함께 불황을 탈출할 수 있기를 그저 기도하고 빌고 앉아있는 방법이 있다.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는 가장 속편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이 좋지 않아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다면 과거 IMF 경제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불황업종에 대한 사후적인 구조조정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는, 관련 업계의 전반적인 몰락과 축소는 물론 그 여파로 인하여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커다란 충격과 혼란이 예상된다.

지금도 하루하루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가계부채와 정부 및 공기업 부채상황하에서 금융시장의 동요와 혼란에 의한 시장금리의 상승압박이야말로 내년도 경제운용에 있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리스크의 하나인 점을 감안해보면 마냥 두 손 놓고 사정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매우 불안해 보인다.

둘째,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마지막 남은 보루인 한국은행의 역할 증대를 통하여 대응하기로 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개입 방안을 지금부터 정부와 한국은행이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통하여 실행 가능한 긴급지원방안(contingency plan)을 마련해놓고 있다가 그야말로 유사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을 확보해야 할 책무가 한국은행에 당연히 있다고 본다.

이러한 책무를 소홀히 하여 만약 금융시장의 혼란이 필요 이상으로 가중되고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내년도 경제운용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 당국자와 한국은행은 시급히 머리를 마주하고 국가경제의 위급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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