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피아'와 고령화 사회의 딜레마

[기고] '관피아'와 고령화 사회의 딜레마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2014.05.01 07:35
2013.07.23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인터뷰
2013.07.23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인터뷰

2011년에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졌을 때 재무부(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모피아’가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됐다.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비리가 적발되었을 때도 원전마피아가 문제가 되면서 100여명이 기소됐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도 지도ㆍ점검기관과 산하ㆍ유관기관 간 인적 결합과 봐주기를 일삼는 그릇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됐다.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의 해양 관련 산하·유관기관 핵심보직 독식과 이로 인한 봐주기 식 일처리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해피아’(해수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각 부처마다 관료마피아, 일명 ‘관피아’가 있다.

모피아의 본산인 기획재정부 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출신들은 퇴직 후 현직에서 관리 감독 대상이었던 금융업체나 금융관련 협회에 재취업하는 게 관행이 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피아’, 교육부의 ‘교피아’, 국토교통부의 ‘국피아’ 등이 모두 퇴직 후 갈 곳을 마련해두고 있다.

‘관피아’ 문제가 반복되는 데에는 현행 공직자윤리법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관리 등 위탁업무 수행에 있어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취업제한 대상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및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공직유관단체)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제한제도가 앞서서 강화됐더라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심각한 사태로는 확대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특수법인이나 공공단체로의 낙하산 인사로 스캔들이 계속 발생하여 90년대 말부터 사기업 외에 공익법인 등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도 취업제한대상에 공기업과 비영리법인을 포함하고 있고, 독일은 퇴직 후 모든 영리활동을 신고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선진국들의 제도변천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도 이제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을 공직유관단체로 확대해야 할 때가 됐다.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으로 인한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정부와 정책 결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체제 자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퇴직공직자를 채용한 기업들이 경쟁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우위를 확보하게 돼 민간부분의 경쟁력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퇴직공무원의 취업을 완전히 금지하거나 취업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매년 약 3만여 명에 달하는 퇴직공무원들이 대부분 퇴직 이후에도 재취업을 하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2011년 한 설문조사에서도 공무원들 중 1/3은 현 수준의 취업제한제도의 유지, 1/3은 취업제한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퇴직공직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되 공직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하면서 동시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들이 공직에 헌신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모든 제도는 관련 당사자들에게 제약과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제도 자체가 갖는 결함과 제도 운영과정에서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제한규정을 무조건 확대하거나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직자 윤리 확보의 근간인 이해충돌을 회피할 수 있도록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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