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도 핀테크(Fintech), 모바일금융이 화두로 떠오르며 대형 IT업체들의 금융시장 진출이 거세다. 예컨대 모바일결제시장 규모는 3~4년 전만 해도 20조원 내외던 것이 지난해 기준 무려 320조원. 성장세가 가히 폭발적이다. 10년 전 전자상거래의 0.2~0.3%로 존재도 없던 모바일결제가 이젠 16~17%까지 뛰어오른 셈이다. 모바일대출도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들어 월평균 10% 이상 늘어나 올해 모바일대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110% 늘어난 5000억위안(약 90조원)에 달할 거란 예상이다.
이중 톱은 단연 알리바바. 2004년 알리페이를 설립해서 결제업무를 해오다 지난해 6월 자산운용상품 '위어바오'를 만들었다. 현재 알리페이 회원은 중국만 3억명, 해외 5400만명이다. 또 '위어바오'는 출시 1년 만에 100조원 규모로 세계 4대 MMF(Money Market Fund)에 등극했다. 가입자도 무려 9000만명. 중국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개장 이후 23년간 확보한 고객 6700만명보다 훨씬 많다. 알리바바는 이미 기업간 B2B(알리바바닷컴) 모델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간 B2C(티몰), 소비자간 C2C(타오바오) 등 소위 전자상거래 '종합쇼핑몰'을 구축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에서 모바일비중이 계속 높아진다고 보면 모바일금융·핀테크시장에서도 알리바바의 영향력이 더 커질 거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평가다.
물론 다른 인터넷포털·IT업체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탕쉰(Tencent)은 회원 5억명의 웨이신(WeChat)에 주요 은행들의 계좌를 연동해서 모바일결제 '텐페이'를 개발했고 '위어바오'보다 늦었지만 지난 1월엔 '리차이퉁펀드'를 출시, 지금은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중국 검색 1위업체 바이두도 지난해 10월말 '바이파펀드' 출시 하루 만에 10억위안을 모아 화제를 뿌렸다. 또 이들 IT업체의 핀테크상품 개발은 꿈쩍도 않던 은행들의 행동변화를 촉발했다.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에 위협을 느낀 은행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예금금리 인상, 신상품 개발, IT업체와의 제휴 등으로 나름 금융혁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은행들이 적극적이어서 예컨대 올해 1월 초 중국 우체국은행은 웨이보은행 등 인터넷은행과 제휴, 모바일서비스를 출시했고 2월엔 베이징은행과 샤오미가 모바일결제 및 간편대출 협약을 체결했다.
그럼 앞으로 중국의 핀테크 열풍은 어떻게 될까. 찻잔 속 태풍일까, 아니면 금융혁명의 방아쇠일까. 이런 열풍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라고 가볍게 치부하는 의견도 있다. 국유은행의 힘이 워낙 센데다 이들 IT업체가 보안이슈 등 문제점이 있다는 점도 든다. 그러나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금융혁명까진 몰라도 강력한 혁신의 계기가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왜 그럴까. 이들은 핀테크를 든든히 받쳐줄 모바일결제 수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거라는 점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물론 이는 모바일쇼핑시장의 엄청난 성장속도 때문이다. 시장에선 올해 모바일쇼핑시장이 지난해 대비 90% 이상, 2018년까지 연 45% 성장할 것으로 본다. 둘째, 중국 정부도 인터넷금융과 핀테크를 계속 지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먼사태 이후 통화방출로 대출확대에 부담이 많은 인민은행으로선 핀테크업체들이 소액자금을 모아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도와주는 게 미울 리 없다. 또 효율적 자금운용으로 개인소득 향상과 소비확대를 돕고 국유은행을 흔들어서 상품개발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탕쉰에 은행 설립 허가를 내준 것도 금융혁신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앞으로 중국 IT업체들의 핀테크 실용화 속도는 어쩌면 미국보다 빠를지도 모르겠다. 모바일서비스를 다양화해서 이미 생활 구석구석에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병원접수 서비스를 모바일로 연결해서 아픈 환자들이 줄설 필요가 없고, 모바일 앱 다운로드로 35개 대도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진출도 은행은 물론 자본시장까지 전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위어바오'로 기염을 토한 알리바바는 이미 자산운용사를 M&A(인수·합병)했다. MMF 차원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모바일 펀드운용을 하겠단 뜻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및 투자를 위해 150명의 전문가를 투입, 빅데이터 분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단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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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모바일은 이미 신문, 출판, 방송, 유통 등 다양한 산업을 혁신해왔다. 이제 대상은 금융이라고 한다. 금융후진국 중국의 빠른 '모바일 금융혁명'을 보면서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