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조현아 부사장이 비난받는 이유

[오동희의 思見]조현아 부사장이 비난받는 이유

오동희 기자
2014.12.09 15:47

선관주의의무에 충실해야 할 재계 3세대..'나만 특별하다'는 '선민의식' 경계해야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벌 3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1년여 전쯤 이름만 대면 알만한 A 그룹 총수와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팽배해 있는 반 기업정서를 없애고 국내 대기업(소위 재벌)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지적에 A총수는 "속도가 좀 더디지만 변하고 있으니 애정을 갖고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계 오너 3세 후배들에게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선관주의의무(善管注意義務)'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는 '선한 관리자(선관: 善管)'로서 주주들로부터 부여받은 관리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개인이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 회사가 아니라면 누군가의 자본을 빌려 회사를 만들고, 오너나 경영자는 투자자나 주주의 '돈'을 맡아서 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선관의 입장이라는 얘기다.

선관주의의무는 민법(695조, 922조, 1022조 등)에 규정해 놓고 있다. 관리자는 업무를 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를 과실로 인정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얘기다.

선관주의의무란 비록 경영자나 오너라도 '회사가 전부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보다는 '맡아서 잘 관리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서비스' 승무원 하기(下機,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 논란도 예외는 아니다.

승무원의 서비스 응대나 매뉴얼의 숙지가 미숙해 이를 지적한 것까지는 조 부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선관의 역할을 했다고 본다. 문제는 잘못을 지적한 이후 조 부사장의 행동이다. '대한항공은 아버지가 대주주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 내재된 인식이 출발 직전의 비행기를 돌려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외 16인 31.44%)→한진칼(외 10인 47.08%)→대한항공'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조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진칼의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인정하더라도 50% 이상은 남의 돈을 맡아서 관리하는 입장이라는 얘기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자가용 비행기를 돌리듯이 250명이나 탄 비행기를 마음대로 돌린 문제는 다르다는 얘기다.

A 총수는 재벌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일의 대부분은 '기업이나 근로자를 개인의 사유물로 생각해 선관주의의무를 충실히 하지 못한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가 조 부사장의 개인 전용기가 아닌데, 개인 전용기 마냥 부리고, 임직원들을 대하는 자세가 리더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또 사과문에서도 직원들을 감싸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과 변명을 하는 사람들로 폄하하는 모습은 리더로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세는 올바른 경영자로서 선관주의의무에 충실하지 않고, '나는 특별한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라는 선민의식(選民意識)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A 총수는 재계 오너 1세와 2세와 달리, '재계 3세의 위험성' 중 하나로 선민의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골(?) 출신의 오너 1세대가 척박한 환경에서 밑바닥부터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했고, 2세대는 그 아버지와 함께 '동지적 관계'로서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3세는 이미 부자가 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안정된 환경에서 태어나 '온실 속에서 자란 화려한 꽃'으로만 선택받아 성장해온 세대라는 지적이다.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기 때문에 현실인식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A 총수는 "누구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 타인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라는 인식의 격차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 경제계는 재계 3세로의 승계를 하나 둘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3세들의 자질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좌우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성공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가정교육과 제대로 된 사회 적응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야 이 사회가 안정적인 축을 유지하며 잘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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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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