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후 조 전 부사장과 경영진, 대한항공의 행보는 가장 정밀한 기계인 비행기를 다루는 항공사에서는 보기 힘든 '시스템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꼬이고 꼬인 문제의 해법은 뭘까. 나락으로 떨어진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항공이 다시 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마천의 역사서인 '사기(史記)'에 나오는 오나라와 월나라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보면 대한항공이 다시 날 수 있는 '방향타'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고사로 유명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오나라왕 부차와 월나라왕 구천은 대를 이어 약 50 년의 전쟁을 벌였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반세기에 걸친 전쟁은 기원전 473년 월나라 구천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많은 사람들은 반세기의 승부는 와신상담(臥薪嘗膽)한 월나라 구천의 인내와 끈기가 원인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면의 승리 요인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아래로부터의 '경청'의 자세다.
부차와 구천은 둘 다 우유부단한 반면, 진언을 하는 충신을 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왕 부차에게는 오자서라는 충신이, 월왕 구천에게는 범려라는 충신이 있었다.
오왕 부차는 회계산 전투에서 월왕 구천을 꺾은 후 '월나라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참모 오자서의 충언 대신, 화친을 해야 한다는 간신 백비의 말에 판단력을 잃고 구천을 살려준다.
구사일생으로 오나라에서 살아 돌아온 월왕 구천은 곰의 쓸개를 핥고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는 '와신상담' 10년 만에 오나라를 도모하게 되고, 그 후 10년간의 전쟁을 이어가다가 기원전 473년 고소산에서 부차를 항복시킨다.
이때 월왕 구천은 20여년 전과의 반대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구천은 참모인 범려로부터 오왕 부차를 살려줘서는 안되는 이유를 듣고, 사신을 보내 강화를 요청한 부차의 제안을 거절했다. 부차는 그 모멸감에 스스로 자결함으로써 오나라와 월나라의 대를 이은 50년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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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의 패망은 오자서가 간신 백비의 모략으로 죽은 지 한 참 뒤의 일이다. 부차는 월왕을 죽여야 한다던 오자서의 충언을 듣지 않은 자신을 책망하며, 죽어서 오자서를 볼 낯이 없다며 자신의 얼굴에 천을 가리게 하고 울부짖다가 생을 마쳤다고 한다.
와신상담한 구천의 결단보다는 결정적 상황에서 주변 참모들의 진언을 얼마나 귀담아 듣느냐가 오나라와 월나라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였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내에는 오자서나 범려 같은 참모진이 없었을까. 아니면 이들 참모진의 진언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없었을까. 그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현재 보여지는 결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달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10여 년 전의 기억으로는 대한항공에는 조양호 회장이 직접 챙기는 '고객의 소리'라는 이메일이 있다. 고객 누구든지 불만을 그룹 총수에게 직접 전달하는 코너다. 도입 초기에는 그룹 총수가 서비스를 직접 챙긴다는 컨셉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 고객의 소리라는 코너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상 고객'의 무기화로 변질됐다. 회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불만을 토로하겠다고 윽박지르는 일은 내부 직원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돼 직원들을 옥죄는 족쇄가 됐다.
40여 년을 성장해 온 대한항공이 그동안 '고객의 소리'와 같은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내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시점이 된 듯하다.
이번 사건으로 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내부에서의 울림이 커지고 있다. 이를 잘 듣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만 대한항공은 더 높이 다시 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