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헌법 유리한 대목만 안다는 최은영 회장

[오동희의 思見]헌법 유리한 대목만 안다는 최은영 회장

오동희 기자
2016.09.09 18:08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조선 해운산업구조조정연석청문소위원회에 참석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의 눈물은 청문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경영을 맡아 기업을 지키려다 실패한 그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질타에 그가 흘리는 눈물을 보는 이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하지만 최 회장의 아픈 개인적 사정에 앞서 한 그룹을 책임진 오너였고, 현재도 중견그룹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그에 대해 이런 감성적 동조보다는 냉정한 잣대가 필요할 듯하다.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왜 국회의원들이 내 개인재산(유수그룹)을 갖고 이렇게 안달하나"하는 최 회장의 표정이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유수홀딩스 등 개인재산을 한진해운 부실문제를 해결하는데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는 구체적 답을 계속 피했다.

이 과정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 제23조 1항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이 된다고 돼 있다"면서 "그 외에도 헌법 제23조 2항에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그것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개인재산이 얼마인지를 물어보고, 개인 재산을 한진해운 부실을 해결하는데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헌법에서) 그런 말은 들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유수홀딩스 소유의 구 한진해운 사옥을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그건 한진해운의 것이 아니라 유수홀딩스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유수홀딩스는 자신의 개인 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상장회사여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인데 어쩐지 설득력은 떨어진다.

재산권의 제한(공공복리에 적합토록) 조항이 헌법에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최 회장의 말을 탓할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이 헌법 조항을 다 외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나온 최 회장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재산권을 바라보는 그의 두 가지 시선을 찾을 수 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점심 후에 "오전의 청문회에 힘들게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방금 점심 때 들은 얘기로는 북핵실험이 있었다고 하는데, 국가 비상시에 한진해운 선박도 차출해 나가야 한다. 제 주제에 이런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며 다시 눈물을 비췄다.

재산권의 제한(공공복리) 조항을 헌법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던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전시차출을 예로 들며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제한의 실제 샘플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셈이다. 자신이 모른다고 했던 그 헌법의 내용이다.

한 때는 유수홀딩스와 한몸이었던 한진해운의 부실에 책임이 있는 최 회장에게 유수홀딩스 등 개인재산을 공공복리를 위해 내놓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서 기억하지 못했던 헌법 조항을, 필요할 때는 실제 사례로 드는 '유체이탈'적 발언이다.

유수홀딩스의 최 회장 개인지분은 18.11%뿐이지만,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양현재단과 자사주, 자녀지분까지 합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51.2%로 "유수홀딩스는 제 개인 회사가 아니예요"라고 하기에는 절대 지분이다.

헌법은 정당하게 획득한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인정하면서도 기업이 한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총합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이 최 회장에 바라는 것은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직원들은 직장을 잃거나 망해가는데, 옛날 집주인은 옛집에서 돈 되는 패물 챙겨서 새 집에서 잘살고 있다면 누가 이를 용인하겠는가.

두번의 분할합병을 거치면서 한진해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을 아는 국민들은 한진해운 부실에 대해 최 회장에게 눈물이 아닌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자세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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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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