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소득성장과 혁신성장을 잇는 다리

[우보세]소득성장과 혁신성장을 잇는 다리

세종=양영권 기자
2017.10.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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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혁신'이라는 말은 금기어였다. 혁신이 참여정부의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위원회와 청와대 참여혁신수석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공기관을 지방에 이전해 '혁신도시'라고 이름 붙였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 일은 '혁신'을 지우는 일이었다. 정부혁신관을 폐관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폐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혁신'이 부활했다.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이 신설되고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재건됐다. 참여정부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경제 정책에도 '혁신'이 키워드로 쓰인다는 것이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장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는 '혁신성장' 얘기다.

경제학에서 '혁신'의 상표권자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다. 그는 '이론경제학의 본질과 주요 내용', '경제발전의 이론' 등의 저서에서 '신결합' 또는 '혁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혁신은 새로운 상품의 창출이나 새로운 생산방법의 개발,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자재 공급원의 발굴, 새로운 조직의 실현을 통해 이뤄진다.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 않는다'는 슘페터의 표현은 '혁신'을 잘 설명한다. 슘페터는 혁신을 수행하는 경제 주체를 기업가라고 했다.

혁신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제 공무원들의 필독서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철학의 전환'에는 슘페터식 성장정책의 실천 방법이 잘 나와 있다. 기업가가 생산요소를 자유롭게 결합해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이 필수다. 또 노동 유연성이 고용주의 권리만이 아닌 노동자의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실업자 지원 체계를 보강해야 하며 의식주와 교육, 보육 등 최소한의 국민 기본 수요를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가 일정 기간 마음대로 실직 상태로 지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낯익은 정책들이 떠오른다.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득주도 성장 방안으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증대책을 적시했다.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과 주거비 의료비 교통비 통신비 교육비 등 핵심생계비 경감이 그것이다. 또 근로장려세제(EITC) 지속 확대, 아동수당 신설, 청년 구직촉진수당 지급,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 사회안전망 확충 역시 소득주도 성장 실천 방안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세부 정책이 사실은 혁신성장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의 전제조건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노동 유연성'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정부의 노동 정책은 거꾸로 간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사 직접 고용 명령과 양대지침 폐기 등이 노동시장을 경직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왜 이런 모순이 빚어지는가. 정책 목표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목표는 '사람 중심 경제'다. 낭만적인 표현이지만 동어 반복이다. 경제는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된다. 단어 자체에 인간이 중심이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 우리가 중세 신 중심 세계관을 갖고 있거나, 이미 AI(인공지능)에 지배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런 인문주의를 강조하는 표현은 모호함만 더할 뿐이다.

생산 요소에서 토지나 자본에 구별되는 '노동'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노동 중심 경제'라고 하는 편이 알아듣기 편하고 혼란도 덜 줬을 것이다. 목표가 막연하다 보니 어떤 정책을 써도 '사람 중심 경제'가 된다. 더 큰 걱정은 흐릿한 목표 때문에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질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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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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