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거리로 나선 '선망의 직업' 의사들

[우보세]거리로 나선 '선망의 직업' 의사들

김지산 기자
2017.12.13 04:50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몇 달 전의 일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와 거의 1년 만에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대화 중간에 자녀들 얘기가 나왔다. 둘째 아들이 수도권 의대에 진학해 1학년이라는 소식이었다. 목소리엔 뿌듯함이 묻어났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이 교수는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대학이 어디냐가 뭐가 중요하냐'고, '의대에 들어간 게 장하다'고 했다.

의대 선호 현상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최고 미덕인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 현상은 사회적 지위와 보수, 직업의 안전성에서 의사를 으뜸으로 쳐준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이 시대 '선망의 직업 0순위' 종사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비급여를 없애고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집회다. 수가(의료 서비스 비용) 현실화가 선행되지 않은 채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게 명분이다.

이들의 주장이 억지는 아니다. 최근 2년간 의료수가 인상률은 1.99%, 2.37%였다. 내년에도 오름폭은 2.28%로 올해보다 낮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1.35%, 0.9%, 2.04%였으니 수가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측면에서 보험 인상률이나 수가 인상률 모두 정상이 아니다.

의료계 반발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발표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 보험료는 예년 수준(3.2%)만큼만 걷고(2012년 이후로는 그마저도 밑돈다) 5년간 30조원 넘게 재정이 더 지출되는 구조에서 의료계는 자신들에 대한 희생의 강요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중장기적 건보료 인상 계획을 쏙 빼버린 정부에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의 영역일 뿐, 여론에 이르러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의사들은 여전히 고소득의 대표적 직업으로 인식되고 비급여에서 수익을 챙길 길이 막혀 이 소동을 일으킨다는 비판적 시각이 압도적이다. 70%대를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대결국면을 자처한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집회에서 이국종 교수가 자주 언급되는 건 이런 여론 향배를 의식한 결과물이다.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정부의 부실 지원을 의료계 전반으로 확장 시키는, 일종의 구조화 작업이다.

당장은 월급에서 건보료가 덜 나가면서도 보장성이 강화되는 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건보재정은 물론 국고 부담이 커지는 건 통제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수가나 약가, 또는 이 둘을 동시에 억누르지 않는 이상 실현되기 어려운 정책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고름을 짜내고 가는 편이 낫다. 합의 아래 과잉진료를 근절하기 위한 고강도 처벌 방안을 만들든가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건보 재정 안정을 위한 장기 플랜을 만드는 식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 작업을 주도해야 할 의무는 물론 정부에 있다. 압박할 건 압박하고 솔직해야 할 부분은 털어놓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확실한 건 이런 일은 지지율이 높을 때나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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