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보험회사=나쁜회사" 소비자 신뢰 제고하려면

[우보세]"보험회사=나쁜회사" 소비자 신뢰 제고하려면

전혜영 기자
2018.01.01 14:22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보험업계와 관련된 기사를 쓰다 보면 좋은 댓글보다는 이른바 '악플'(악성댓글)을 더 자주 보게 된다. 어떤 보험상품에 대한 기사든 댓글 내용은 주로 보험료는 꼬박꼬박 올리면서 보험금은 어떻게든 주지 않으려 하는 보험회사는 나쁜 회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험업계의 주요 과제로 소비자 신뢰 회복이 첫손에 꼽힌 것도 소비자의 이같은 인식에서 출발했다. 개인이든, 회사든, 국가든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보험업계는 이미 소비자의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다는 진단이다.

보험업계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는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고민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금융당국과 생명·손해보험협회 등은 소비자 신뢰를 되찾겠다며 △국민들이 보험서비스를 이용하며 느꼈던 불편함 해소 △미처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이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절차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이에따라 최우선으로 추진한 과제가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얼핏 '껌 한 통도 카드로 결제하는데 보험료는 왜 카드 결제를 못 하느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마진이 정해져 있는 상품이나 다른 서비스와 달리 보험사 마진은 보험료를 운용해 내는 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보험업계의 자산운용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2%가 훌쩍 넘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감당하기 어렵다는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적금과 비슷한 일부 저축성보험의 경우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카드업계는 논란 끝에 보험료의 카드 납부 확대는 내년 하반기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보험료의 카드 납부 확대가 흐지부지된데는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추는데 실패한 탓이 크다고 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지 못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불편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보험사에 유리하게 돼 있는 상품구조와 약관을 개선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부 차장 전혜영
금융부 차장 전혜영

보험사의 상품구조와 약관은 일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화재보험은 ‘화재 및 붕괴 등 손해’를 보상해준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는 지진으로 집이 붕괴돼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화재보험에서 보상하는 ‘붕괴’는 지진 등 외력에 의한 붕괴가 아닌 건물 자체의 구조적 결함 등의 문제로 인한 붕괴다. 외력에 의한 붕괴도 보상될 거라고 믿고 가입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사고가 난 이후에야 보상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보험의 근간이 신뢰라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먼저 돌아가야 한다. 보여주기 식의 무리한 제도 개선보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기본적인' 과정부터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험사들도 어려운 약관 뒤에 숨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깎아먹지 말고 상품구조와 약관부터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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