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무인 경비 체계를 도입하면 3년 동안 1억800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무인경비 찬반 투표 안내문이 뿌려졌다.
이 단지엔 경비원 2명이 맞교대로 근무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보낸 안내문에 따르면 인건비로 한 해 5400만원, 3년이면 1억6200만원이 들어간다. 이들을 해고하고 CCTV 30대를 설치한다면 장비 임대료로 연간 360만원이면 족하다. 입주 가구 수로 나누면 아낄 수 있는 돈이 가구당 1년에 34만원 꼴이다. 적지 않은 돈에 당장 혹할만하다.
찬반 투표를 추진한 데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 폭이 커졌다는 사정이 반영됐다. 더 깊이 들어가면 본질은 인간과 기계의 경쟁이다.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잠식해간다는 건 무인경비 외에도 최근 화제가 된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에서도 볼 수 있다.
기술 발달로 생산성이 좋아지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GM은 1950년대 종업원 한 명이 한 해 자동차 7 대를 만들었다. 1990년대엔 연간 13대를 만들고, 2000년대 들어선 28 대를 만든다. 자동차 생산 대수가 4배로 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줄어든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는 전망도 있다. 지금은 아파트 경비원과 편의점 판매원에게 닥친 일이지만 시간을 두고 누구에게든 현실이 될 것이다.
생산성은 좋아지는데 고용을 늘리고 감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만이 대책일까. 경쟁에서 뒤처지고 기술 개발의 동기도 줄어들 것이다. 자영업자를 돕는다고 정부가 늘어난 인건비 대신 임차료를 낮추는 데 매달리는 것도 대증요법이다. 초기 비용을 낮춰 더 많은 자영업자가 생겨나고, 임대료는 다시 올라가는 게 시장의 법칙이다.
다행히 생산성이 높은 곳에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다른 곳에서는 일자리가 생겨난다. 프랑스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은 일자리 120만 개를 창출하고 50만 개를 파괴했다. 결과적으로 일자리 한 개가 사라지고 2.6개가 생겼다(엔리코 모레티, 직업의 지리학). 우리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는 것도 이런 잠재력 때문이다.
세종시의 아파트의 경비원 해고 시도는 입주민들에 의해 기각될 것이다. 아파트 주민 중에는 공무원이 많다. 소득성장 정책의 일선에서, 이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미담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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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책이라면 달라야 한다. 당장 감원을 막기 위해 세금으로 인건비를 지원하고, 공직자들이 홍보에 나서고, 건물주들을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 그보다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혁신' 환경을 조성하고 사람들이 새 일자리에 빨리 적응하게 하는 것이, 어렵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가 진짜 역량을 보일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