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Alarm bells for Daewoo Group)." 1998년 10월29일 일본계 증권회사 노무라증권이 내놓은 4장짜리 보고서의 제목이다. 대우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짚은 이 보고서는 대우그룹 몰락의 서곡이었다. 보고서에는 '최악의 경우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에서는 이 보고서가 대우 현상을 단순히 예견한 것을 넘어, 몰락을 앞당기는 단초가 됐다고 평가한다.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외국은행은 물론 한국은행들까지도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자금난에 빠진 대우그룹은 1999년 8월16일 공중분해 됐다. 비상벨이 울렸다고 보고서를 썼는데, 실제로는 비상벨을 누른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그룹 산하 40여 개 계열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줄줄이 팔려나갔다. 이곳에 다니던 수많은 이들의 삶의 행로도 뒤흔들렸다.
당시 대우자동차에 다니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회사를 관둔 것도 이 무렵이다. 기획실에서 일했던 서 회장을 비롯한 동료 5명이 셀트리온 모태가 되는 '넥솔'(현 셀트리온홀딩스)이라는 회사를 차린 것이 2000년이다.
대우가 몰락하지 않았다면, 조금 과장하자면 노무라 보고서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셀트리온이라는 바이오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회사가 망해빈손으로 광야로 내몰린 이들이 새로운 산업을 일궈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셀트리온과 노무라는 20년의 세월을 두고 '대우'를 매개로 묘한 인연으로 얽히게 된다. 지난 16일 노무라는 '한국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가 시장을 진두지휘한다(Korean biosimilars spearhead the marke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노무라는 보고서를 통해셀트리온(242,000원 ▼2,500 -1.02%)과삼성바이오로직스(1,736,000원 ▲16,000 +0.93%)등 한국 바이오기업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과거 '대우' 보고서 때처럼 노무라는 셀트리온의 비상벨을 누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노무라는 "셀트리온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프리미엄을 누릴 자격이 있지만 이익 증가를 고려해도 최근 주가는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35만원에 거래되던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제시했다.
대우 보고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보고서도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보고서가 보도된 날 셀트리온 주가가 10%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4조원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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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가 울린 비상벨에 대우는 몰락했다. 그리고 20년 뒤 노무라는 셀트리온의 비상벨을 눌렀다. 20년 전에는 노무라가 맞았지만,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외부의 경고 메시지는 때론 더 큰 문제를 막고, 닥쳐올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노무라와 대우의 인연은 새드엔딩이었지만, 셀트리온과의 인연의 결말은 아직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