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불합리한 펀드기준가 제도 이번엔 개선돼야

[우보세]불합리한 펀드기준가 제도 이번엔 개선돼야

송정훈 기자
2018.10.17 15:56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업계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한 지 10여 년 만에 금융당국이 하반기 고강도 방안 마련을 검토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만큼은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돼 자본시장 발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최근 만난 사무관리회사 임직원들이 금융당국의 펀드 기준가격 산정제도 개선 작업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중 펀드 기준가격 산정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준가격 산정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더 이상 불합리한 기준가격 산정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당국은 현재 해외펀드의 당일 기준가격 산정시간을 익일(다음날)로 하루 늦추고 국내펀드의 당일 기준가격은 특정시간을 기준으로 자료를 취합해 오후 일찍 산정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평일에 매일 자정 전후로 밤늦게 산정해 검증을 거치지 않고 다음날 오전에 공시한 뒤 거꾸로 검증하는 현행 기준가격 산정 제도를 여유있게 저녁 일찍 산정해 검증을 거쳐 다음날 오전에 공시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방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밤늦게 이뤄지는 한국의 기준가격 산정 관행이 펀드시장은 물론 자본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한국의 펀드 기준가격은 펀드 거래(매입과 환매)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업무인데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르면 밤 10~11시, 대부분 자정 이후 시간에 쫓겨 산정된다. 반면 대다수 국가들은 통상 근무시간 안에 저녁 일찍 기준가격 산정을 마무리한다.

더 큰 문제는 불합리한 기준가격 산정 관행이 사무관리회사 전문인력의 일상화된 야근과 밤샘 근무를 초래해 인력이탈이 속출하고 이로 인해 기준가격 오류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펀드 기준가격 오류가 지난해 711건으로 2014년 132건에 비해 3년 새 400% 이상 급증했다.

기준가격 오류가 급증하면서 잘못된 가격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 그 만큼 투자자들의 펀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손실이 커져 자본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통상 펀드 기준가격은 잘못 산정돼 실제보다 높으면 매입시, 낮으면 환매 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을 대출시장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본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한데도 오랜시간 방치돼있는 불합리한 제도부터 손질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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