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추울 때는 바늘구멍처럼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거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근 중견·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추위를 엄청 타는 듯하다. ‘주52시간’으로 불리는 근로시간 단축 얘기다. 이달 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유예가 종료되면서 가뜩이나 움츠러들었던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 낮아졌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중소기업 경영자 3150명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4월 기준 85.7이다. 3월 10포인트 깜짝 상승한 기세가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지수가 100 이하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경기회복 심리가 살아나야 투자도 하고 고용도 생기는데 이런 상황이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현장에서 느끼는 한기(寒氣)는 더 강하다. 지난해 초까지 750명이 근무한 기계제조기업 A사의 경우 올해까지 100명이 보따리를 쌌다. 특근·야근을 축소하면서 급여가 줄자 생산직 근로자들이 일을 그만뒀다는 것이다.
이 회사 대표 B씨는 “업무가 고된 일부 공장에 야근 없이 월 40만원씩 얹어줬지만 기존 봉급에서 75만~200만원 줄어든 간극을 좁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은 이마저도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2016년 매출 2300억원에 영업이익 160억원을 올린 A사는 지난해 매출 1700억원에 12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B씨는 동종업계 3곳이 이미 부도난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 처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월수입이 줄어든 생산직 노동자 가운데는 추가수당을 받는 300명 미만 사업장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장도 내년이면 특근·야근을 시키기 어렵다.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도 내년 1월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중소기업계가 이들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 부여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뾰족한 대안은 아니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끄자는데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미래 우리의 자녀들이 기업의 일회성 도구처럼 쓰이는 일을 막아야 하지만 그 이전에 경제주체의 한 축이 무너져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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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여름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봄날 바늘구멍을 뚫었으면 어땠을까. 기업이 지금 상황을 황소바람이 아닌 풋풋한 봄바람으로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