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사선에 선 소방관·진화대의 비애(悲哀)

[우보세]사선에 선 소방관·진화대의 비애(悲哀)

김경환 기자
2019.04.08 14:49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민가 피해가 단 한 채도 있어서는 안 됐는데…. 죄송한 마음입니다."

사흘 밤낮으로 산불과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화마와 싸우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검은 재 투성이었던 그는 "대피하셨다가 불이 꺼지고 집으로 돌아오신 분들이 통곡하는 모습을 봤다"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4일 오후 발생해 강원 동해안 지역을 덮쳤던 화재가 다행히 큰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많은 주택과 임야가 소실되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인명 피해가 적었다는 것을 위안 삼을 수 있을 듯하다.

이번 화재 진압의 일등공신은 현장을 누빈 전국에서 모인 소방관들과 산림청 소속 진화대다. 이들의 헌신적 노고가 없었다면, 이번 화재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역대급 참사로 기록됐을 수도 있다.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으로 화재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화재가 도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현대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대형 재난 발생은 더욱 늘어난다. 뉴스에서 보듯 대형 산불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화재에 대해 체계적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최일선에 나서야할 소방관과 산림청 진압대의 현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소방공무원은 소속이 지방직 공무원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별 상이한 재정 여건에 따라 심각한 현장 인력 및 장비 부족, 처우의 차이를 겪고 있다.

'2017년 소방공무원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소방공무원 인력 부족률은 31.1%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5만 8000명의 소방공무원이 필요하지만 현장 인력은 4만명에 불과하다.

특히 매년 반복되는 산불을 겪는 강원소방본부는 인력 부족률이 38.5%에 달하는데다 만성 장비 부족에까지 시달린다. 빠른 대응을 위해 산불 전문 소방차, 야간에도 화재 진압에 나설 수 있는 헬기 등 특수 장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산림청 진화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진화대는 소방 헬기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장 위험한 야간 산불 현장을 누비며 진화 작업을 벌이지만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산림청 소속이지만, 10개월 단기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이다.

하루 10만원에 불과한 일당 외에 식비, 교통비, 퇴직금도 지원되지 않는다. 소방대원이 착용하는 방독면이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안전장비도 더욱 열악하다. 산림청은 지금껏 한정된 예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등이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여론이 들끓자 정규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일이 터져야 뒤늦게 움직인다. 사회가 위험을 무릅쓰고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무심하고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또 이번 화재를 계기로 산림청과 소방청으로 이원화된 대응 체계도 효율적으로 손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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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기자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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