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정진셀트리온(244,500원 ▲6,500 +2.73%)그룹 회장이 4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을 때 현장 기자들은 앞다퉈 속보를 내보냈다. 2030년까지 40조원. 외부로부터 받겠다는 10조원 투자를 제외하면 내년부터 10년간 때 해마다 평균 3조원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간 거래를 제외하고 셀트리온그룹은 연간 1조원 안팎 매출을 올린다. 몇 년 안에 드라마틱한 판매 호조가 따라주지 않으면 쉽지 않은 계획이다.
이 기간 아바스틴과 루센티스, 스텔라라, 야일리아, 키트루다, 여보이 같은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줄줄이 풀린다.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셀트리온에게는 시쳇말로 '물 반 고기 반'일 수도 있다. 서 회장이 2030년 무렵에는 매출은 몰라도 영업이익(16조원)에서 화이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가 그렇게 호락호락하냐'는 반론이 나올 법하지만 적어도 서정진 회장에게만큼은 정색하고 따질 성격은 아니다. '기업인 서정진'의 통 큰 발표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어서다.
5000만원짜리 단칸방 같은 사무실에서 이룬 기적, 벤치마크 대상을 찾기 힘든 이 시대 자수성가한 기업가 정신의 대표 모델이 던지는 화끈함, 자신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배포, 서정진이어서 가능한 얘기다.
국내 누구도 제대로 볼 줄 아는 투자자가 없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JP모건이 막대한 투자이익을 올리는 특수 상황도 서 회장을 설명할 때 양념 같은 얘기다. 국내 연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의 경직된 투자패턴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면에는 바이오 기업들의 상대적 차별, 기업인들의 좌절이 있다.
서 회장의 선언이 한 여름 소나기 같은 이유는 또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에서부터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스캔들 때문이다. 저마다 '사기' 프레임이 만들어져 업계 전체가 욕을 먹는 상황에서도 대부분 기업은 제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또 나라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외침 성격도 갖는다.
아름답게 포장한 게 아니다. 서 회장은 투자 발표회에서 "후배들은 좀 더 쉽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언론을 향한 말일 수도 있다. 모두 포함된 것일 수도 있다. 성공한 바이오들이 하나둘 출현해서 저마다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그런 날을 꿈꾸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