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디지털통화 발행 발표 서두르는 까닭

[정유신의 China Story]디지털통화 발행 발표 서두르는 까닭

정유신 기자
2019.09.03 05:32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 발행 발표가 화제다. 인민은행은 이미 2014년부터 중앙은행의 디지털통화 발행을 연구했고 2017년엔 디지털통화연구소를 설립, 블록체인 특허출원이 8월 현재 74건, 2018년엔 국제 블록체인 특허기업 5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따라서 언젠가 디지털통화를 발행할 것이란 의견은 있었지만 7월 초의 발행계획 발표는 기대보다 빨랐다는 게 대다수 시장의 평가다. 왜 서둘러 발표했을까. 전문가들은 첫 번째로 지난 6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디지털통화 ‘리브라’의 발행계획이 인민은행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브라는 중국 이외 세계 각지 시장플랫폼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중국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브라가 미 의회 등으로부터 시달리는 동안 선수를 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디지털통화 발행을 선점함으로써 디지털 기축통화 논의가 본격화할 때 입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본다. 이미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등 적지 않은 중앙은행 총재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달러를 디지털화폐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디지털 기축통화 바스켓을 고려할 때 위안화를 포함하려면 국가 차원의 디지털통화를 선발행하는 건 ‘First-move advantage’가 있다. 게다가 리브라의 통화바스켓엔 위안화가 포함되지 않아 선제공격이 그만큼 필요하기도 한 셈이다. 인민은행은 이번 디지털통화 발행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위안화표시결제 확대, 나아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듯하다. 세 번째, 자금세탁이나 탈세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인민은행 디지털통화 구조를 보면 개인들은 시중은행이 아니라 중앙은행에 계좌를 트고 중앙은행이 직접 청산하는 구조로 돼 있다. 중앙은행이 거래플로를 다 볼 수 있고, 데이터도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 또는 탈세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단 얘기다. 이외에도 현금대체용이기 때문에 실물화폐 발행, 유통비용, AT설치 및 유지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인민은행 디지털통화의 성격은 어떨까. 우선 돈의 가치를 디지털정보로 바꿔 IC카드나 컴퓨터에 보관,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와 마찬가지지만 다음 몇 가지 점에선 차이가 있다. 첫째, 가상통화는 다양한 민간주체가 구조를 짜고 합의한 규칙에 따라 발행되는 반면 인민은행 디지털통화는 말 그대로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 단독의사에 따라 발행된다. 둘째, 가상통화는 민간의 약속과 신용에 따른 발행이다. 반면 인민은행 디지털통화는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발행되는 법정통화다. 셋째, 따라서 가상통화는 법정통화가 아닌 만큼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대상이 아니고 인민은행 디지털통화는 정부의 통화정책 대상이다.

 

또하나 그럼 인민은행 디지털통화와 우리가 카드나 모바일결제를 할 때 쓰는 전자화폐와 어떻게 다를까. 카드 또는 모바일결제도 실물화폐를 쓰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통화 성격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과정을 거치는 디지털통화다. 반면 인민은행 디지털통화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현금형태(이자無)여서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과정이 없다. 따라서 예금대체가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통화 발행만큼 예금감소 압력이 있다든지 은행 경영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약들도 거론된다. 특히 위안화 국제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국제화로 연결되려면 받아줄 곳도 필요하고 그만한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몰라도 국제시장에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계좌를 터야 한다면 외국인으로선 불편하기 십상이다. 경우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부담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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