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잔혹한 아동학대 '데자뷰'

[광화문]잔혹한 아동학대 '데자뷰'

김경환 정책사회부장
2020.06.16 06:10

정부는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친부와 계모의 학대 끝에 사망한 일곱살 ‘원영이’ 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원영이는 하루 한끼 밖에 먹지 못해 늘 굶주렸고 일상적 학대를 당했다. 아동센터 직원이 온 몸에 멍이 들어 있는 원영이를 발견하고 신고했지만 상담원이나 경찰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원영이는 한평도 되지 않는 차디 찬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방치됐다 사망했다. 부모는 아이를 암매장하기까지 했다.

#. 2016년 2월26일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관계장관 회의에서 “초·중학교 미취학 아동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의료이용 기록이 전혀 없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 조사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아이들이 부모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잇따라 발견돼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학대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극”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종합 대책을 내놓고 학대피해 아동 발굴을 위해 행정 ‘빅데이터’를 활용키로 했다. 아동학대 사건 전담 경찰·검사 등 전문인력도 확충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이어 의무교육 미취학 아동과 중학교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점검과 영유아 양육환경 점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e아동지원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경찰과 교육부는 같은해 3월14일 아동학대 근절 매뉴얼을 만들고, 경찰청은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을 1050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경찰은 1회성이 아닌 지속적 아동학대 단속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아동학대 전담경찰관을 1000여명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검찰도 학대당하는 어린이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신고의무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는 이 같은 정부 대책이 나오며 줄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지난 1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9살 아동이 결국 4일 숨졌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 아이의 부모가 지난달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발견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리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그리고 채 한달이 되지 않아 아이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남 창녕에서는 쇠사슬에 묶여 학대를 당하던 아이가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2020년 6월1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관계장관 회의에서 “천안의 9살 아이가 모진 아동학대 속에서 끝내 죽음에 이르렀고 창녕에서도 끔찍한 학대를 당한 9살 아이가 목숨을 걸고 옥상에서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막중하고도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즉각 시행하고 근본적 개선대책(아동학대방지 종합대책)을 8월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예방접종·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영유아 중 방임·학대가 의심되는 사례를 선별하기로 했다. 특히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가정양육 중인 만 3세 아동이나 취학연령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 ‘데자뷰’ 같은 상황이다.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중은 매번 분노하고 정부는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아이가 있는 가정을 정기적으로 살펴 아동학대 발생 징후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아동학대 정황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즉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고, 실제로 학대가 있었다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 학대가 발생할 경우 확실하고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법이나 제도로 세우고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어른은 인간으로서 존중 받을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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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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