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리걸테크로 법률소비를 혁신하다

[투데이 窓]리걸테크로 법률소비를 혁신하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2021.08.25 02:04
구태언 변호사
구태언 변호사

법(法)이라는 한자의 어원은 물이 흐른다는 뜻의 '물 수'자와 '갈 거'자가 합해진 것이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 또는 당연한 이치를 일컬어 법이라 한 것이다. 당연한 이치는 국가의 지배구조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었는데 왕조시대 법은 왕조 유지가 최고의 가치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유지를, 독재정권 시대에는 독재의 유지를 위해 봉사했음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 민주주의는 달성한 듯 보이지만 정부의 권력은 오랜 역사 속에 국민을 지배하는 관료주의(Bureaucracy)의 습성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수많은 성문 법령과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가 넘쳐 흐른다.

정보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로 디지털 뉴노멀 시대가 열렸는데 수사와 재판은 아직도 법정에 머물러 있다. 법원의 판례데이터가 극히 일부만 제공되고 이마저도 건당 수수료를 받아 판례분석 서비스의 발전이 더디다. 검사의 공소장과 불기소장이 공개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검사가 범죄 사안에 대해 내린 불기소 결정 이유는 국민들의 준법문화에 매우 중요한 공공데이터임에도 이는 당사자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하급심 판결이 거의 공개되지 않는 결과 일상생활 속 분쟁에 대해 어떤 판결을 받게 되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변호사 등 법률사무 종사자들에 대한 법률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의 비밀을 다루는 법률업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률서비스를 이용한 국민이 변호사의 전문성과 서비스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소비자단체나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1500여곳에 이르며 리걸테크 투자 전문 벤처펀드 결성 증가로 매년 13%가량 성장하는 신성장 산업이다. 해외에서 리걸테크가 발전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발전하지 않은 우리 법률시장에 닥칠 머지않은 미래를 많이 걱정한다.

디지털 경제의 강자로 부상한 글로벌 인공지능 빅테크들과 조만간 대규모로 성장할 리걸테크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법률산업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장악하고 여러 산업을 장악해온 빅테크들은 중요한 정보가 넘쳐나는 법률데이터 시장의 규제가 풀리자마자 선점에 나설 것이다. 우리가 뒤늦게 법률산업의 규제를 풀고 데이터를 공급한다면 이는 우리에게 기회가 아니라 종속이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구한말 쇄국정책으로 결국 주권을 잃은 역사가 여전히 되풀이되는 데자뷔에 빠진다.

법률은 누구나 소비하는 일반재며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좌우하는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누구나 법률을 몰라 피해 보는 일이 없어야 하고 누구나 쉽게 법률전문가를 만나 그로부터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법률을 소비하는 틀을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법률전문가들이 좀 더 편리하게 법률정보를 수집하고 전문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법률소비자와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며, 법률사무소 운영도 쉽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법률소비자는 누가 법률 전문가인지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판례와 사법통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올바른 법률소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각종 법률가단체는 디지털 경제의 필수요소인 플랫폼을 법률가들의 공익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라 주장하며 법률시장을 시대에 맞게 디지털 변환하려는 법률플랫폼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대면해 만날 수 없는 장이므로 시장(Market)에 해당하는 플랫폼기업이 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의 부작용은 우리나라에 넘쳐 흐르는 각종 규제가 해결할 수 있다. 디지털 마녀사냥이라 부를 수 있는 법률가단체들의 퇴행적 행태는 국민의 편리한 법률서비스 이용은 도외시한 직역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