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공무원' 홍남기 [우보세]

'천생 공무원' 홍남기 [우보세]

세종=김훈남 기자
2021.11.18 03:4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역대 최장수 곳간지기답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별명도 부자다. 각종 현안에서 여당에 결국 밀리며 곳간을 열어주면서 붙은 '홍두사미', '홍백기' 같은 조롱섞인 별명이 있는가 하면 '더 피넛츠'의 인기 캐릭터 찰리 브라운에서 따온 '남기 브라운'처럼 호감형 별명도 있다. 부총리로서 3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올해 국정감사에선 예년보다 여유있고 당당해진 홍 부총리의 모습을 보고 '말년 병장'같다는 이들도 있다.

호불호를 떠나 그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홍 부총리가 '천생 공무원'이란 말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정부청사 복도를 걸어서 다닌 적이 없다'(늘 뛰어다녔다)는, 전형적인 돌쇠 타입이라는 게 홍 부총리에 대한 일반적 평가다. 수행원에게도 잘 안 건넨다는 서류가방은 종이만 들어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무겁고, 비행시간 10시간이 넘는 해외출장 직전까지 회의를 주재하는 체력은 젊은 직원들도 따라가기 벅차다고 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별명 대부분은 이 '천생 공무원'의 파생형이다. 대표적인 비난조인 '홍두사미'와 '홍백기'가 그렇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대주주 양도세 확대 보류 등 이들 별명이 붙은 장면을 곱씹어보면, 정치권의 요구에 강하게 반대하던 홍남기 부총리는 청와대 중재를 거치고 나서야 한발 물러서곤 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홍 부총리만의 처세술이란 해석이다. 홍 부총리 개인의 심지가 약하다기 보단 청와대, 즉 임명권자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더 설득력 있다. "장관은 대통령의 책임을 대신하기 위해 있다"는 유명 논객의 말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쏟아져야 할 비판을 받아내는 것 역시 타고난 공무원인 홍 부총리의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입지가 흔들릴 때마다 늘 '재신임' 카드로 화답한 건 그래서일까.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여섯번째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여당은 이를 '방역지원금'으로 포장해 본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위법성 논란에도 추가 세금납부를 내년으로 유예하자며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 정부를 압박 중이다.

이재명 후보 측에 맞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 역시 본예산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50조원 손실보상과 함께 내년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로 맞불을 놨다.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유예론과 종합부동산세 완화론까지 꺼냈다.

하나같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절차적 정의는 뒤로 미루는 행태다. 문 대통령은 '선거 중립'을 이유로 현안에 거리두기를 하고 있고, 당정 갈등국면에서 방향타를 잡던 고위 당정청 회의도 중단된 지 오래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포퓰리즘적 요구에 '예산 증액 동의권'을 쥔 홍남기 부총리가 홀로 맞서는 모습이다. 진통이 있겠지만 국회는 이번에도 결국 예산 증액을 위해 또 다시 홍남기 부총리에게 동의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국회와의 일전에서 '천생 공무원' 홍남기 부총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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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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