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얼마 전 홍콩에서 지하철 코로나19(COVID-19) 감염 관련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 한 유치원 교사가 지하철역 통로에서 감염된 사례였다. 이 교사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2명과 통로에서 단 9초간 함께 머물렀다. 세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오미크론 전파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홍콩 보건당국은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사실 지하철은 코로나19 국내 유입 후 가장 미스터리한 다중이용시설이었다. 수도권에서만 하루 500만여명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순간 밀집도는 식당, 카페, 대형마트를 넘어선다. 지하철 역사도 붐비지만 지하철을 탑승하는 순간 밀집도는 극단적으로 올라간다. 출퇴근 시간대엔 20평 남짓한 지하철 1량에 200명까지 들어찬다. 그런데도 열차 안에서 확진자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채 9초간 스쳐지나도 감염되는 오미크론 방역 국면에도 이 같은 미스터리는 이어진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국내 유입된 시점부터 지하철을 상대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공간으로 규정했다. 2020년 3월 12일 방역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출퇴근 길에 환자를 마주쳐 감염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대중교통 이용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등의 발언도 나왔다. 이 같은 당국 인식은 방역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금까지 지하철은 정부가 수차례 기준을 바꾼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 조치에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지하철 미스터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많은 인원이 오가는 공간 특성 상 그곳에 누가 있었는지 일일이 추적이 불가능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뿐, 충분히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 전에도 전체 확진자 중 '감염경로 불명' 비중은 40% 안팎을 오갔다. 수많은 '감염경로 불명자'들 가운데 지하철 미스터리가 상당부분 섞여있다는 뜻이다. "추적이 어렵고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지하철 방역을 놓아버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때문에 처음부터 국민에게 "지하철은 상대적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낸 당국의 낙관적 인식이 아쉽다. 정부가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섣불리 보낸 방역의 고비마다 국민 방역 심리도 풀려 확진자 수가 계단식으로 뛴 것이 지난 2년간의 경험이었다. 2년간 "지하철은 상대적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당국 신호를 가이드라인 삼아 일상생활을 이어온 결과가 몇 명의 '감염경로 불명자'로 반영됐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옆집과 앞집은 물론 이제 우리집까지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간확진 17만명 국면에 미스터리의 공간은 지하철에서 전국으로 확장됐다. '접촉자 추적'이 사실상 폐기된 지금, 대다수의 확진자가 '감염경로 불명자'가 됐다. 정부는 델타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오미크론의 치명률을 근거로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하지만, 확진자 모수가 급증하며 사망자 수도 급격히 늘어난다. 이번 "위험하지 않다" 신호의 결과물이 이 대유행이 걷힐 무렵 최소한의 사망자 수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