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충격과 윤석열 로드맵[광화문]

인구 충격과 윤석열 로드맵[광화문]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2.08.29 05:50

"한국은 다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고, 그 숫자는 새로운 최저치로 떨어졌다."(영국 BBC)

"금세기 말엔 5000만 한국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미국 블룸버그 통신)

최근 주요 외신들도 놀랄 정도로 믿기 어려운 통계치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들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얘기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1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600명으로 1년 전보다 4.3%(1만1800명) 줄었다. 30년 전인 1991년(70만9000명)의 3분의 1, 20년 전인 2001년(56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합계출산율도 전년과 비교해 3.4%(0.03명) 감소한 0.81명을 나타냈다. 연간 출생아수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고, 합계출산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았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2020년 기준)이다.

2019년 11월 이후 32개월째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자연감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1~6월) 전국 출생아 수는 12만713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8116명) 줄었다. 반면 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에 27.0%(4만1141명) 늘어난 19만3768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아와 사망자가 각각 역대 최저·최대치를 기록하며 인구자연감소 폭(6만5631명)이 가장 컸다. 올 2분기 합계출산율도 0.75명에 그치면서 7년 연속 감소에 사상 첫 0.7명대 진입이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관련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생각보다 수치가 충격적"이라며 "당장 새 정부 책임으로 돌아오진 않겠지만 이같은 추세를 끊어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출범 100일을 넘긴 윤석열 정부의 인구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단 인구정책의 추진체계로 기획재정부 중심의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띄웠지만, 6월 첫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 TF 팀장을 맡은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이 "인구위기 대응방안과 부문별 대책을 7월 이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내년 예산 반영 및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해 신속히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계획도 진전이 없다. 현행법(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상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위원회 구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을 감축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조직이 축소될 것이란 흉흉한 소문마저 들린다.

그나마 윤 정부가 "어느 지역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가 인구절벽의 해법"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풀어갈 대안의 하나로 제시한 것은 다행스럽다. 특히 정부(행정안전부)가 앞으로 10년간 정부출연금으로 매년 1조원(올해만 7500억원)씩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민간기업 유치 등으로 7년전부터 인구가 늘면서 기적을 일구고 있는 '충북 진천군 덕산읍'이나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등으로 강원도 내 18개 지방자치단체 중 합계출산율(1.52명)이 가장 높은 '양구군'의 모델은 곱씹어볼 만하다.

앞서 서울시에서 특강을 진행한 '국민 멘토'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는 '초저출산 시대' 해결책으로 "단지 출산율을 높일까에 대한 고민은 협소한 의미의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으니 큰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제 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더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분야 개혁을 하루라도 빨리 인구 정책과 연계한 로드맵으로 내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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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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