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 시한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서는 몰아붙이듯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 중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선거제도를 위해서는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비례성, 책무성, 대표성 원칙은 선거제도의 대표 원칙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거제도는 없다. 각 원칙은 오히려 서로 충돌하는 면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어떤 원칙을 우선해 제도를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선거 때 내가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기를 가장 바란다면 비례성, 나의 의견을 어떤 국회의원에게 전달해야 하는지가 명확한 선거제도를 원한다면 책무성, 유권자 구성과 국회의원 구성이 유사해야 한다고 믿으면 대표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예컨대 유권자 성비가 5대 5면 국회의원 남녀비율 역시 5대 5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그 누구라도 국민에게 어떤 형태로든 무엇이 우선되는 선거제도를 원하는지 확인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세세히 설명하는 일은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선거제도는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 다양한 선거의 원칙을 절충하는 과정에서 선거제도는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칙을 분명히 한 후에 국민에게 세부적인 규칙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2000년대 이후의 선거제도 개편은 거대양당의 과다대표, 소수정당의 과소대표 문제를 완화하는 비례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최근 논의되는 선거제도 개편 역시 비례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비례성 원칙은 기득권 양당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쉬운 원칙이니 가장 쉬운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세가 된 듯한 지역구 선거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자는 주장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과거 일본과 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의회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중대선거구제에서도 양대 정당이 복수 공천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의석을 독차지 하고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주장의 근거와 더불어 새로운 제도에 수반될 수 있는 부작용 역시 함께 설명하고 국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많은 사람이 즐기고 함께 할 수 있으려면 게임을 뛰는 선수들 뿐 아니라 지켜보는 관중들도 게임의 규칙을 명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수가 제대로 뛸 수 있고 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규칙은 단언컨대 흥행의 필요조건이다.
선거는 결국 누가 승자가 되느냐를 겨루는 일종의 게임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선수로 뛰기 위한 높은 장벽이 사라져야 정치가 발전한다. 현재 우리 정치는 시간에 쫓겨 선수뿐 아니라 구단조차 게임의 규칙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이러다가는 어떤 규칙으로 진행되는지 모른 채 재미없는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