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국제공항은 '유럽의 관문'으로 불린다. EU(유럽연합)에서 이 도시가 가지는 지리적·경제적 특성도 있지만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수도 베를린이나 남부 지역의 대도시 뮌헨을 제치고 지금의 위상을 갖췄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단순하게 국제노선을 늘리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우지 않았다. 공항 내 유럽 최대 5G(5세대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공항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이끈 인물은 스테반 슐테(Stefan Schulte) Fraport AG(한국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또는 한국공항공사) CEO(최고경영자)다. 도이체방크 출신의 그는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입사해 IT(정보기술) 서비스 및 투자 사업,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두루 거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항공사 사장이 20년 이상 '장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대한민국 간판으로 볼 수 있는 2개 국제공항의 수장은 사실상 공석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최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 정권 출신인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도 국토교통부 감사를 받으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공항공사 사장들의 수난사에는 기본적으로 '공기업 사장은 무조건 현 정부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정치권의 인식과 무관치 않다. 또 공항이 가지는 특수성을 무시한 채 공항공사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나 한국도로공사 등과 비슷한 낙하산 자리쯤으로 여기는 것도 이를 거든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역대 공항 공사 사장들 가운데 일부가 전문성을 갖추지 않아 정치권에 단초를 제공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김경욱 사장은 국토부 관료 출신이고 윤형중 사장은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이다.
2년 전 중국발 요소수 대란 때 국정원에서 나온 윤 사장이 어떻게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영전했는지 국회도 모른다. 한마디로 더 윗선에서 꽂은 인사라는 게 야당의 반응이다.
이런 연유로 그동안 공항공사 사장들이 공항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국토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렇다 보니 공항공사 내부에서는 "기왕 내려올 낙하산이라면 힘 있는 사람이 낫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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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여객수가 2040년까지 연평균 3.3%씩 증가해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각국마다 항공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부산 가덕도 신공항 조기 착공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폴란드 정부가 총 14조원을 투입하는 신공항 건설에 우리 기업들은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며 공항 산업이 일대 전환을 맞고 있다. 이런 무거운 과제를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성공적으로 풀 수 있을까. 총선을 앞두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을 정치권에 묻고 싶다.